전 세계를 홀린 '조선 아이돌'의 파격적 굿판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간판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등장한 이 괴짜들은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다.
형형색색의 가발, 망사 스타킹, 짙은 화장을 한 '드래그 퀸(Drag Queen)' 분장의 남자들이 뱉어내는 소리는, 놀랍게도 가장 토속적인 서도 민요와 경기 민요였다.
한국인 최초로 이 무대에 선 씽씽밴드는 단 15분의 공연으로 "이것이 진정한 K-Pop의 대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유튜브 조회수 수백만을 단숨에 기록했다.
영화음악 거장이자 훗날 '이날치'를 만든 장영규의 묵직한 베이스 그루브 위에,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이희문을 필두로 한 소리꾼들의 보컬은 신들린 듯 춤을 춘다. 이들은 국악을 엄숙한 박물관이나 한복 입은 명절 특집에서 꺼내어, 땀 냄새나는 록 페스티벌과 클럽의 사이키델릭한 조명 아래로 던져버렸다. '사설난봉가'나 '베틀가'가 펑크(Funk)와 글램 록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 관객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몸을 흔들었다.
밴드는 짧은 활동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거대하다. 씽씽이 쏘아 올린 파격적인 신호탄은 이후 이날치, 추다혜차지 등으로 이어지며 국악과 팝의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명제를 가장 전복적이고 힙한 방식으로 증명해 낸, 한국 대중음악사의 잊을 수 없는 '도깨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