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가면 뒤에 숨겨진 동서양의 환각적 조우

Glass Beams 'Mahal'

by 조하나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쌓아 올린 사이키델릭 궁전



글라스 빔즈(Glass Beams)의 음악은 듣는 순간 1970년대 뭄바이의 디스코텍이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 안으로 우리를 납치한다.


2024년 발매된 EP <Mahal>은 금색 보석으로 장식된 가면을 쓴 이 멜버른 트리오가 구축한 세계관의 정점이다. 뱀처럼 꿈틀대는 베이스라인과 마이크로토날 스케일을 오가는 기타, 그리고 최면적인 드럼 비트는 크루앙빈(Khruangbin)을 연상시키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주술적이고 댄서블한 '동양적 사이키델릭'을 완성한다.


이 독특한 사운드의 기원은 밴드의 리더 라잔 실바의 개인적인 역사에서 출발한다. 1970년대 후반 인도에서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그의 아버지는, 어린 실바에게 조지 해리슨의 추모 콘서트인 'Concert for George' DVD를 보여주었다. 에릭 클랩튼과 라비 샹카가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그에게 충격적인 영감이 되었다. 이후 그는 아버지가 소장하고 있던 방대한 레코드 컬렉션을 뒤지며 B.B. 킹의 블루스와 아샤 보슬레 같은 볼리우드 가수들의 음악이 공존하는 기묘한 유산을 발견했다. 서구의 악기로 동양의 선율을 연주하고, 동양의 리듬 위에 서구의 그루브를 얹는 글래스 빔즈의 정체성은 바로 이 아버지의 레코드판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앨범명 'Mahal'은 여러 언어권에서 '궁전' 혹은 '사랑'을 뜻하며, 필리핀어 등에서는 '비싼(Expensive)'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실바는 이 단어가 가진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아, 자신의 뿌리와 음악적 유산에 대한 헌사를 바쳤다. 타이틀곡 'Mahal'을 비롯해 'Orb', 'Snake Oil' 등의 트랙은 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사 영화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들이 쓰는 화려한 가면은 단순한 비주얼 쇼가 아니다. "자아(Ego)를 죽이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다. 국적도, 인종도, 얼굴도 지워진 자리에는 오직 몽환적인 그루브만이 남는다.


글라스 빔즈의 <Mahal>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준 낡은 레코드판이 21세기의 세련된 문법을 만나, 시공간을 초월한 거대한 '소리의 궁전'으로 재탄생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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