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Lost on You'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중성적인 슈트 차림, 그리고 품에 안긴 조그만 우쿨렐레. LP(Laura Pergolizzi)의 비주얼은 밥 딜런의 초기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그녀가 입을 열고 소리를 내뱉는 순간 우리는 성별과 장르를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끌려들어 간다. 2016년 세상을 강타한 'Lost On You'는 LP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단 한 곡으로 정의하는 마스터피스다.
쓸쓸한 바람 소리 같은 휘파람으로 시작해,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날카로운 바이브레이션과 오페라 가수를 연상케 하는 풍성한 성량으로 치닫는 이 곡은 듣는 이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 노래가 가진 진정한 힘은 멜로디 이면에 숨겨진 처절한 '거절의 역사'에서 나온다. LP는 본래 리한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의 곡을 쓴 업계 최고의 작곡가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 가수로서의 길은 험난했다.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고 앨범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무려 7번이나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앨범 발매가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LP는 당시 소속사였던 워너 브라더스 임원진 앞에서 막 완성한 'Lost On You'를 직접 연주해 들려주었다. 하지만 임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들은 "이게 무슨 노래냐, 히트할 리가 없다"며 그 자리에서 LP와의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사랑하던 연인과의 관계도 끝장나고, 음악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이라 믿었던 회사에서도 쫓겨난 최악의 상황. 이 곡은 그 모든 상실의 한복판에서 탄생했다.
가사는 당시 파국으로 치닫던 전 연인 탬진 브라운(Tamzin Brown)을 향한 독백이다. "Tell me are they lost on you? (말해봐, 내 모든 게 너에겐 아무 의미 없었니?)"라고 묻는 후렴구는 내가 쏟아부은 사랑과 인내가 상대방에게 닿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 것에 대한 허탈함을 담고 있다. 그녀는 울부짖는 대신 "Let's raise a glass or two (마지막으로 술잔이나 비우자)"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쫓겨나듯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 곡은 그리스 차트 1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휩쓸었고, 결국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자신을 버린 연인에게,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거대 음반사에게, LP는 가장 아름답고 통쾌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냈다. 'Lost On You'는 상처받은 영혼이 빚어낸 가장 뜨거운 복수이자, 패배자가 쏘아 올린 승리의 찬가다.
When you get older, plainer, saner
네가 나이 들어 더 평범해지고, 더 차분해질 때면
Will you remember all the danger we came from?
우리가 함께 헤쳐온 그 모든 위태로웠던 순간들을 기억해 줄까?
Burnin' like embers, falling, tender
잉걸불처럼 타오르다 스러지던, 그 여리디여린 마음들을
Longing for the days of no surrender, years ago
절대 굴복하지 않았던, 오래전 그날들을 그리워하게 될까
And will you know?
그때는 네가 알게 될까?
So smoke 'em if you got 'em 'cause it's goin' down
그러니 가진 게 있다면 다 태워버려, 이제 모든 게 무너져내리고 있으니
All I ever wanted was you
내가 원한 건 오직 너뿐이었는데
I'll never get to heaven 'cause I don't know how
난 천국엔 갈 수 없을 거야, 그 방법을 모르니까
Let's raise a glass or two
그러니 우리, 마지막으로 술잔이나 한두 잔 비우자고
To all the things I've lost on you, oh
너를 사랑하느라 내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
Tell me, are they lost on you? Oh
말해줘, 넌 그것들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거니?
Just that you could cut me loose, oh
네가 나를 그토록 쉽게 끊어낼 수 있다는 게
After everything I've lost on you, is that lost on you?
내 모든 걸 너에게 바친 뒤인데, 넌 그 의미를 전혀 모르는 거니?
Oh-oh
오, 오
Oh, is that lost on you?
오, 너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니?
Oh-oh
오, 오
Baby, is that lost on you? Is that lost on you?
그대여, 정말 너에겐 아무것도 아닌 거니? 그런 거니?
Wish that I could see the machinations
너의 그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어
Understand the toil of expectations in your mind
네 마음속 기대들이 널 얼마나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Hold me like you never lost your patience
한 번도 나에게 지친 적 없던 사람처럼 날 안아줘
Tell me that you love me more than hate me all the time
날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늘 더 크다고 말해줘
And you're still mine
그리고 넌 여전히 내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