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석의 권력’을 이양받을 각오가 되어 있나?
언제 어느 땅이 오를지에 대한 정보는 권력이 된다. 언제 어느 주식이 오를지에 대한 정보도 권력이 된다. 적절한 때에 터뜨리는 연예인 사생활도 권력이 되며, 김건희 특검조차 입수하지 못했다는 카톡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주진우 기자가 시청자를 향해 내뱉는 엄포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이 된다. 나만 알고 너는 모를 때 힘이 생긴다. 정보의 통제력은 권력이 되고, 돈이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기득권의 견고한 성벽이었다. 개발 정보를 미리 빼돌려 부를 축적하고, 경쟁자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수사 정보를 언론에 선택적으로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 이 모든 것은 ‘정보의 독점’이 곧 ‘돈’이자 ‘통제력’이었던 시대의 자화상이다. 권력자들은 장막 뒤의 밀실에서 속삭였고, 국민은 그 권력에 기생하는 또 다른 언론 권력이 편집하고 왜곡해 내놓은 결과만을 봐야 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시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는 이 견고했던 성벽을 내부에서부터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공개가 아니다. 국가 운영의 핵심 데이터를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정보 브로커들이 장악했던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원대복귀시키는 ‘정보의 민주화 선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스스로 그 기득권을 내려놓고, 생중계 업무보고로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국무회의·업무 보고 생중계를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큰 그림은 국민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통령은 2주 연속, 매일, 하루 종일 국민에게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기성 언론과 관료 조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권력자와 국민 사이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가공(왜곡·편집)하여 이득을 취하던 ‘중간 유통 단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말을 걸고, 실무자와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송출되는 순간, 언론의 ‘악마의 편집’이나 관료의 ‘보고서 마사지’는 설 자리를 잃는다. 국민도, 권력자도, 더 이상 언론사와 기자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거나 왜곡된 정보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에게 언제, 무엇을, 얼만큼 알릴지 통제해 온 언론 권력이 낄 틈이 없다.
생중계를 반대하는 건 소위 ‘쫄리는’ 이들 뿐이다. 국민에게 언론의 정보 가공과 왜곡을 거치지 않고 ‘해석의 권력’을 직접적으로 맡기는 것이 두려운 이들 뿐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독점한 정보로 큰 이득을 봐 온 사람들, 자신의 무능과 부정부패, 정언유착이 들통날까 겁나는 사람들이다. 열등감 가득한 나르시시스트 이준석과 오세훈, 한동훈 같은 정치인이 대통령의 업무 생중계에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는 이유가 보인다. 입으로는 ‘청년’과 ‘공정’, ‘법치’를 외치면서도, 막상 국민이 국정의 소스 코드를 직접 들여다보는 ‘진짜 투명성’ 앞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득권 수호의 본능이 선명하게 읽힌다.
이 생중계라는 거대한 ‘오픈북 테스트’는 공직 사회의 민낯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동시에, 국민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나는 최근 이 생중계를 통해 세 가지 진실을 목격하고 나름의 해석을 내렸다.
첫째는 ‘사람을 살리는 실용주의’다. 보건복지부 보고 당시, 비용과 민원 때문에 닥터헬기 운용이 어렵다는 실무진의 호소에 이재명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 짧은 문구에 힘을 실어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민원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가치 아래, 권역 통합이라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며 관료를 설득했다. 이는 행정이 존재하는 궁극적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각인시킨 명장면이었다.
둘째는 ‘벌거벗겨진 낙하산’이다. 교통·항공에 아무런 전문성 없이 정치적 보은 인사로 자리를 꿰찬 인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의 사례는 비극적 희극이었다. 업무 파악조차 못한 채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대통령은 일갈했다. 그동안 숨어 지내던 무능한 기득권을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 뒤늦게 SNS로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그가 왜 도태되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할 뿐이었다.
셋째는 ‘깨어난 집단 지성’과 ‘책임의 무게’다. 생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실시간 댓글로 현장의 문제점을 제보하고, 관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국정 파트너’로 진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자”는 주권자에 대한 요청이다. 대통령은 오늘, 업무 보고 자리에서 생중계에 대한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부정적 의견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자신은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정보가 없어서 몰랐다” “잘 몰라서 그 놈 찍었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언론과 기득권이 독점했던 ‘해석의 권력’을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넘겼기 때문이다. 모든 패가 공개된 마당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책임은 오롯이 주권자인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러한 충격 요법은 공직 사회의 정서와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생중계를 지켜보며 날카롭게 분석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해야 한다. ‘줄 서기’와 ‘술자리, 골프 로비’로 승진하던 시대는 갔다. 제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완전한 실력주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공직자로 일하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보의 통제력이 권력이 되던 어둠의 시대에 이재명 대통령이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텄다. 이제는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나 유능하게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권력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재명의 진짜 실험 대상은 ‘국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거대한 권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재명은 판을 깔았고, 이제 주사위는 국민의 손에 쥐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