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외교의 전략적 승부수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 그 이면에 숨겨진 셈법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하나가 전 세계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시신을 건물 지붕 아래로 떨어뜨리는 참혹한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우방국 정상에게는 이례적으로 '수용 불가(unacceptable)'와 '강력한 규탄(condemnation)'이라는 최고 수위의 적대적 외교 용어까지 동원하며 즉각 반발했고, 미국 정계도 크게 술렁였다. 해당 영상은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사건으로, 당시 미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조차 "매우 충격적이며,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하고 심각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사안이다. 국제 인권 단체들과 시민사회는 "한국 정부가 보편적 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강한 반발에도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아프면 타인도 그만큼 아프다"며,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다"라며 더 강하게 응수했다. 또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아무 잘못 없는 우리 국민들께서 뜬금없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과 국가적 어려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며 전쟁이 낳은 경제적 파장을 꼬집었고, "보편적 인권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철저한 실용주의를 내세우던 그가 왜 하필 '지금', 미국의 가장 끈끈한 우방인 이스라엘을 향해 이토록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을까. 표면적으로 볼 때 끔찍한 인권 유린에 대한 감정적인 분노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초강대국의 횡포에 맞서 외교의 판을 뒤집으려는 인권 변호사 출신 지도자의 치밀한 계산을 읽을 수 있다. 그는 19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보장된 엘리트 판검사의 길을 마다하고, 빈민과 노동자들의 도시였던 성남으로 향했다. 매캐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부당 해고에 맞서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억울한 시민들을 위해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주도하며 거리에서 거대한 공권력과 맞서 싸웠다. 이 치열했던 현장의 궤적은 그의 뼛속에 '인권과 생명'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을 새겨 넣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억울한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벼려내는 법을 뼛속 깊이 체득한 그는 본능적으로 '약자가 명분으로 이기는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다.
특히 이 메시지가 타전된 타이밍은 절묘했다. X(구 트위터)의 실시간 자동 번역 기능이 도입된 직후, 이 대통령의 강도 높은 규탄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한국인들의 절절한 호소'로 전 세계인에게 가닿았다. 때마침 교황청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전 세계 미사가 열리던 시점과 맞물리며, 이 발언은 곧 세계를 향한 '한국인들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완벽한 국제적 연대를 끌어냈다.
위선적인 침묵과 도덕의 공백, 그 틈을 파고들다
현재 서구 사회, 특히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의 만행 앞에서도 제대로 된 쓴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원죄와 트라우마, 그리고 미안함이 그들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국 내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도덕적 명분을 모두 잃어가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명백한 전쟁 범죄를 애써 눈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바로 이 서방 세계의 비겁함이 만들어낸 거대한 '도덕의 공백기'를 정확히 치고 들어간 것이다. 서구 국가들이 역사적 콤플렉스에 갇혀 위선적인 이중잣대를 보일 때,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아닌 제국주의 전쟁 범죄의 피해국이었던 대한민국만이 이 침묵을 깨고 보편적 인권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뼈아픈 통찰이 깔려 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과 달리, 대한민국은 2차 대전의 처참한 피해국이면서도 이스라엘에 진 역사적 빚이 없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단순히 이스라엘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현재 평화헌법을 수정해 다시 '전쟁 가능 국가'로 회귀하려는 일본 우익을 향한 강력한 경고장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은 완벽히 적중했다. 이 대통령의 규탄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일본 외무부도 이스라엘 규탄 성명을 냈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과 이성을 자랑하던 서구 세계가 혼돈에 빠져 패권의 공백이 생긴 지금, 그 힘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하며 대한민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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