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일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13년 동안 이곳에서 살게 될 줄은.
일본에 살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왜 일본에 오신 거예요?"
이 질문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답은 "일본을 좋아해서요"와 같은 으레 인사치레적인 답변이지만 예상외로 꽤나 진지한 나의 답변에 간혹 리액션에 곤혹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어릴 적부터 국제기구에서 아동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13살의 어느 날 밤, 문득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개발 도상국의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세상을 바꾸고 다른 이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겠다는 것에 취해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일단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을 하려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에서 공부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고2 여름 방학 즈음에 때마침 적합해 보이는 대학교가 내 눈에 띄었고 그때부터 무작정 입시 준비를 했다.
수능을 치르고 무난하게 국내의 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여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눈에 불현듯이 뜨인 학교에 꽂혀서, 그리고 나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아보고 싶어서 일단 추진한 일을 계기로 13년째 일본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과 꿈을 가지고 왔듯이 나도 흔하디 흔한 도쿄 사는 한국인 중 한 명일 뿐이다. 지난 20대 그리고 지금 30대의 삶을 통해 해외 살이를 하며 치열하게 고민해 온 많은 주제들을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유해보려 한다.
내가 지금까지 내 삶을 어떻게 가꾸어왔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조금은 흥미로울 수도 있는 13년째 혼자 일본사는 30대 여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