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입관 전 수의를 입히는 과정을 가족들과 함께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참관하는 창이 높아서 키가 작은 나는 참관하기 위해 뒤꿈치를 들었다 놨다 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발 그리고 손에 덧신을 신기듯 입히고 그다음은 바지 그리고 상의였다 상의를 입힐 때는 머리를 잡아주어야 해서 두 명이 그대로 진행하고 나의 남편이자 아버님의 첫째 아들이 동참하였다
이미 떠나버린 아버지의 머리를 잡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장례식 내내 아버님의 친구, 지인, 가족…
연이어 오는 사람들의 맞이에 정작 아버님의 아들은
감정을 드러낼 시간조차 여의치 않았다
본래도 스스로의 감정 중 슬픔과 고통은 꼭꼭 숨겨두는 데에 고집이 강했던 그가 걱정스러웠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면서도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할 때 위험하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데 주변이라고 쉽게 알 수 있었을까 슬픔이라는 흔히들 아는 감정에 매몰되어 홀로 떠나버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지 않은 가
제발 가지 마라,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내일이었을지도 모르니,
누군가에게는 그대가 없으면 살 수 없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울어라
세상 사람들 다 알 수 있도록
너 자신도 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