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는 건 귀여움이었다.
“얼굴 뜯어먹고 살거 아닌데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른들은
외모는 3년, 성격은 30년 간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정말 그럴까?
”외모를 너무 많이 봐서
연애가 힘든거야.”
남자 문제로 힘들어할 때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주변에는 잘 꾸민 남자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내 기준도 함께 높아졌다.
예술학부와 다르게
공대 앞을 지나갈 때면
후줄근한 차림의 남학생들이 많았다.
깎을 시기가 지난 더벅머리,
늘어난 운동복,
유행이 지난 뿔테 안경,
발가락이 보이는 슬리퍼.
집 앞 슈퍼에 나온 것 같은 차림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하자
공대생이던 남편은
”그거 내 학교 갈 때 복장인데?”
라고 말했다.
다른 학과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지나치게 꾸미는 것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로 소개팅을 나갔을 때도
외모만 말고 다른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카페에서 대화를 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가 깜빡 졸았다.
다행히 상대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때 알았다.
외모가 내 취향이 아니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어도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과 사귄지 4년째 되던 기념일,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았다.
차가 막힌다고 했지만
괜히 더 서운했다.
다른 날도 아니고 기념일이었으니까.
남편이 도착해
막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화가 거짓말처럼 풀렸다.
오래 연애 끝에
남편은 늘 츄리닝 차림에 안경을 쓰고
편한 모습으로 나를 만나왔는데
그날은 오랜만에
렌즈를 끼고
신경 써서 꾸미고 나온 모습이었다.
얼굴을 보자
이미 화는 다 풀려 있었다.
결혼 후 한 집에 살면서
서로 날 것의 모습을
매일 보게 되었다.
머리 감지 않은 꼬질꼬질한 모습도
남편이 여전히 귀엽다.
상대가 귀여우면 끝이라고 한다.
멋있다는 감정이
상대가 멋진 행동을 했을 때
생기는 조건적인 감정이라면
귀여움은
상대가 무엇을 하든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다는 감정에 가깝다.
심지어 방구를 뀌어도 귀엽다.
남들 보기에는
특별히 잘생긴 얼굴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랑스럽다.
잘생기고 멋있는 외모보다
결국 오래 남는 건
귀여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