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믿지 않던 내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
나는 비혼이었다.
더 이상 결혼이 필수인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일은
나는 유독 더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와 한 집에서 함께 산다고 상상하면
마음이 답답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야
이런 사람이면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있으면 편안했고
혼자 일 때 보다 더 즐거웠다.
그래도 결혼은 여전히 내 기준에
불필요한 요소가 많은 선택이었다.
양가 집안을 신경 써야 하고
결혼식이라는 형식도 꼭 필요하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생각에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부모님은 또래에 비해
조금 앞선 사고를 가진 분들이다.
항상 동생과 나한테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되고
결혼식도 아이도 필수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가 낳고 싶다면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축의금 쓸 일이 없어서 괜찮다고 하셨다.
실제로 부모님은 그 시절 딩크였다가
아이가 생겨서 나를 낳으셨다.
그래서 그 선택의 마음을 이해하고 계셨다.
아빠는 롤, 로스트아크,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엄마는 웹툰과 웹소설을 사랑하신다.
50 후반, 60 초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젊게 살아가는 분들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류로 남기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표하는 것보다
서로 평생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누군가 아파서 병원에 간다면
법적인 보호자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저 남편 곁에 계속 있고 싶었고
방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결혼은
너무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남편이 결혼하자고 말했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다.
나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고
자취하면서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다.
남편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자기가 다 준비할 테니 숟가락만 들고 오라고 했다.
물론 실제로 나도 집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그 말은 꽤 감동스러웠다.
결혼은 내후년쯤 하는 게 어떻냐는 말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나 결혼하는구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 외로 많이 기뻤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왜 아빠와 결혼했는지 물은 적이 있다.
”데이트 끝나고 집에 갈 때마다
헤어지기 너무 아쉬워서 결혼했지.”
그땐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됐다.
좋아하는 사람을 매일 볼 수 있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니까.
스물아홉 번째 생일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주말이라 일찍부터 만나고 싶었지만
남편은 일이 있다며 조금 늦게 보자고 했다.
”생일인데 일찍 보면 안 돼? 좀 아쉬운데..”
남편은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나는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늦은 오후에 만났을 때
평소보다 큰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남편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
긴장하면 늘 그러는 사람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남편은 집과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도착한 곳은 호텔이었다.
풍선과 LED 초로 화사하게 꾸며져 있었다.
친구와 둘이서 꾸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
나는 펑펑 눈물을 흘렸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해피엔딩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알면서도 감동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