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아니라 행복해서 흘린 눈물에 대하여
남편이 결혼을 하자고 했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많았다.
연애하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왜 그런 이야기까지 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무언가를 숨긴 채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에게 담담히
나의 비밀을 고백했을 때
처음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잠시 후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장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나중에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괜찮아.”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얘기해 줘서 고마워.”
그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말하는 동안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이 떨렸다.
내 가장 큰 약점을 꺼냈을 때
혹시 그가 떠나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남편은 나를 훨씬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남편을 만나고
감동받아 우는 일이 많았다.
눈물은 슬플 때만
흐르는 줄 알았는데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오래전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을 많이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항상 좋은 게 있으면
먼저 나를 주고,
어느 순간에도
나를 먼저 생각해 주거든.
사랑의 크기가 너무 커서
다 보답하지 못할 것 같아.”
그땐
엄마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빠와 닮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나는
아빠 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빠는 전형적인 테토남으로
강하고 거칠었다.
다정하게 말하기보다는
소리치고 화내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아빠에게는 좋은 점이 있었다.
아빠는 소문난 애처가였고
엄마에게만큼은
한없이 다정했다.
엄마가 먹고 싶다는 음식이 있으면
멀어도 직접 사다 주셨고
언제나 엄마 편을 들어서
자식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다.
다른 여자의 칭얼거림은
못 견뎌하면서도
엄마가 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셨다.
”아빠 닮은 남자는 싫다더니
아빠랑 똑같은 남자를 만났네.”
남편을 소개했을 때
사촌언니가 말했다.
”엄마는 너무 마음에 들어.
내 딸한테 잘하잖아.”
엄마도 역시
내 남편이 아빠를 닮았다고
좋아하셨다.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말이
어쩌면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영화나 책을 볼 때
눈물이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에 울고
어떤 사람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마음 아파한다.
나는 요즘
연인의 깊은 사랑 이야기에
눈물이 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 하나에
한참을 울었다.
병석에 누운 할아버지는
자신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남겨질 할머니를 위해
나무를 다듬어
지팡이 일곱 개를 만들었다.
단단한 나무를 고르고
키가 작은 아내가 쓰기 편하도록
높이까지 맞추었다.
’ 내가 가더라도
지팡이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할머니는 지팡이 하나만 쓰고
나머지 여섯 개는
곱게 묶어 두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그 사랑이 잘 느껴져서
마음이 오래도록 뭉클했다.
예전의 나는
이별 장면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
사람은
자신이 겪어본 일에
가장 크게 공감하고
눈물 흘린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이제 나도
사랑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