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는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자가 계란 프라이를 하기로 했다.
식탁을 세팅하던 여자가 계란 프라이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남자의 옆으로 갔다.
레인지 위에 프라이팬이 올라가 있고, 달궈지지 않은 프라이팬 위에 계란들이 올라가 있다.
뜨악한 여자가 말했다.
-아무튼 성질머리는 급해가지고, 어쩜 기다리질 못하냐?
프라이팬 달궈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계란 깨뜨린 거?
남자가 헤벌쭉 웃는다.
-그러게, 난 왜 이렇게 급하냐.
여자가 대답한다.
-요즘 점점 더 급해지는 거 같아. 매사에 급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남자가 웃는다.
-그러게.
여자가 남자의 손에 들린 뒤집개를 빼앗으며 말한다.
-내가 할게. 비켜봐.
남자가 웃는다.
-내가 할게.
여자가 엉덩이로 남자를 밀어낸다.
-내가 해, 내가. 가서 밥이나 퍼줘.
남자가 웃지 않는다.
웃지 않는 남자의 뒤꽁무니를 보며 여자는 계란 프라이를 뒤집었다.
웃지 않는 남자의 앞자락을 보며 여자는 생각했다.
너만 급한 게 아니라, 나도 급하구나.
내 성에 안찬다며 계란 프라이 하나 되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여자는 어느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참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그래. 나도, 너도 기다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이렇게 계속 기다리지 못하는 세상에 갇혀 산다면…
남은 우리의 세상은 어떨까.
내 얼굴, 네 얼굴을 닮아 나온 토깽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마주 앉은 여자와 남자가 밥을 먹는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계란 프라이하는 거 뺏어서 미안해.
여자와 남자는 이야기했다.
우리, 더 많이 기다려주는 서로가 되어야겠다고.
우리, 더 많이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야겠다고.
둘이서 천천히, 꼬옥꼬옥 밥알을 씹어가며 이야기했다.
자, 나한테 다 맞추시오.
아이한테도, 배우자에게도, 직장동료에게도, 후배에게도, 심지어 부모에게도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닦달하게 되는 불혹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