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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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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Dec 12. 2018

프롤로그


저는 미국 중부에 있는 미주리주(Missouri), 랄라(Rolla)라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여기보다 더 깡촌도 많고 많지만, 여기도 큰 도시는 아닌지라 한국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식구는 모두 한국 음식 매니아이거든요.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으면 꼭 김치를 찾게 되고 피자는 탄산음료 맛으로 먹는 그런 사람들이라지요. 스테이크는 파채와 함께 하면 당연히 더욱 맛납니다. 첫 애를 출산하면서 직장 생활 쉬기 시작해 집순이로 산지가 어느덧 8년. 지난 시간 동안 그나마 제게 남은 것은 매일 세끼를 차려내는 성실함과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약간의 요리 내공이더군요.


나를 위하고 남편, 아이들을 위하고, 지인들을 위해 만들어내는 음식에는 오롯이 제 마음 전부가 담겨있습니다.

얼룩지지 않은 깨끗한 마음.


가끔은 복작거리는 마음으로, 화가 나는 마음으로 시작을 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또 세끼 끼니를 만들어야 합니다. 의무감이 곁들여진 일상, 부엌에 들어가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건 다 날아가고 위하는 마음 하나만 남더군요. 그렇게 만들어 차려진 식탁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졌어요. 문득문득 뭐가 먹고 싶어 지는지, 뭘 어떻게 해 먹고 사는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식탁을 차려내는지, 먹으면서 떠오르는 오만가지 감정들, 그런 것들이요. 들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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