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정말 오래 걸린..

by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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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구매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읽게 된 이유는 이렇다. 친구의 추천이다. 친구가 서점에서 추천받은 책이 데미안이었고, 읽은 후 정말 재밌다며 나에게 빌려주었다. 나에겐 특기가 있는데.. 텀블러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고 (물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가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침수시켜 버리는.. 한두 번이 아니다.


예상했겠지만, 친구가 빌려준 데미안도 침수되었다. 쭈글쭈글하게 책들이 망가졌고, 나는 차마 그 책을 친구에게 돌려줄 수 없었다. 급하게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같은 책을 구매했고, 새 책을 친구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쭈굴쭈굴한 책이 위의 사진에 있는 데미안이다.

*내 친구는 이 침수 사건을 모른다. 내가 새로 책을 구매한 것도 모른다.


그렇게 데미안을 처음 접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읽다가 포기.. 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완독 했다. 사실 아직도 어떤 깨달음을 얻지 못했지만, 이 책은 엄청나게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으로 소개되었다.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데미안을 읽은 사람들의 후기들을 살펴보고 싶지만, 그럼 내 온전한 생각을 담을 수 없을 거 같아 이렇게 글을 남기고 검색해보려고 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며칠이 지나 글을 작성해 기억이 더욱 옅어졌다. 그런데 데미안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점이 있다.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온전히 자신의 내부로 깊숙이 파고드는 과정을 나가았다는 점이다. 그 중심축에는 항상 데미안이 있었다. 데미안의 말을 온전히 따르고, 데미안을 신처럼 여겼다. 데미안이 실제 존재했다면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인군자였을까.. 스님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p161

내 변화는 어딘가에 있을 데미안을, 먼 운명을 향했다. 나는 변화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p204

"~ 그 꿈대로 살고, 꿈처럼 행동하며, 그 꿈을 위한 제단을 쌓기 바랍니다! 물론 완전한 해답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방법이니까요. 당신과 나. 그리고 다른 몇몇 사람이 모여 세상을 바꿀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마음속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나는 당신 나이였을 때 사랑의 꿈을 억눌렀습니다. 결국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 내면의 영혼이 바라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금기시해서는 안 됩니다.


p207

피스토리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보는 사물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입니다. 우리 안에 있지 않다면 어느 것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진짜가 아닌 삶을 살아갑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진짜로 여기고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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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8

"싱클레어, 이 친구야 잘 들어! 나는 멀리 떠나야 할 거야. 언젠가 네게 다시 내가 필요할지도 몰라. 크로머나 다른 일 때문에 말이야. 그땐 네가 날 불러도 말을 타고 가거나 기차로 가는 것처럼 바로 달려가지 못할지도 몰라. 그럴 땐 네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해. 네 안에 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알겠니?




왜였을까 문장이 담겨있던 장을 접어두었다. 문장들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시련과 절망, 두려움도 많이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결국 내면을 들여다보는 법을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싱클레어가 힘듦을 겪을 때 데미안과 피스토리우스는 그가 다시 내면의 길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었다.


마지막 장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건넨 말이 왠지 모르게 슬펐다.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멀리 떠나 이제 싱클레어가 불러도 바로 달려가지 못한다는 말이 슬펐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데미안에게 싱클레어는 어떤 존재였을까? 궁금하다. 한창 작년부터 나를 알기 위해 애썼던 내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작년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을 다시 해보고 싶어 졌다는 점이다. 어떤 특별하고 큰 일들을 벌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고요함 속에서 펜과 공책을 잡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마구 적어보는 일이다. 내면들을 꺼내 올려보는 일. 잊고 지냈던 그런 일상들을 다시 되새기게 해 주었고, 다시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어 준 그런 책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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