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는 시작부터 시작점을 찾지 못하게 되어 있으므로 오래 들여다봐서는 안 되었다
허리에 빗자루를 매고 다니는 불가촉천민의 사지처럼 영원히 영원히 오리무중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듯하다
광활하고 경사진 표면을 달리며 입구를 찾을 땐 한 송이의 꽃조차 마음 놓고 죽을 수 없었다
챙을 따라 그을린 얼굴로 능숙하게 유린하는 손아귀에 있을 때도 캄캄한 곳에서 거꾸로 매달려 발끝부터 건조해질 때도 어쩌면 빛 머금은 얼굴로 벗들과 소란을 떨 때조차도
거친 촉감일지라도 한 번의 닿음
연결됨을 바랐으므로
함부로 함부로 그러지 못했다
언제나 등줄기가 꺾이지 않을 만큼만 매질을 하는 구체의 생김새는 나날이 알 수 없고
어떤 것은 영영 죽어가기만 하므로 가냘픈 무엇처럼 다뤄야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