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Oct 22. 2023

당근에 30대 친구도 팔았으면 좋겠다.


유독 우정을 다룬 시리즈나 영화가 눈길을 끈다. 생각해 보니 30대가 되면서부터다. 내게 30대란 ‘친구 없는 시기’다. 있던 친구를 잘 지키긴커녕 절교로 30대의 문을 열었으므로...


교복 입는 시기엔 시시콜콜한 농담만 해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20대엔 친구를 만들고 싶으면 술 한 잔 기울이면 됐다. 30대가 되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친구를 만들 수 있는지 점쟁이에게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직장 동료와는 동료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취미생활을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도 이미 친구가 있거나, 아니면 먹고사느라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애가 있으면 산후조리원 동기나 어린이집 맘들이랑 친구가 될 수 있다던데, 친구 만들자고 애를 만들 순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살아간다.


나에겐 1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다. 아니,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면 세월 때문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좁고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내게 손절은 이직이나 결혼처럼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 친구와는 오래된 사이이기도 했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래야만 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각기 변한 우리는 더 이상 전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같이 있을 때는 꼭 한쪽 다리가 없는 테이블에 그 누구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차려놓고 상을 엎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것 같았다.


나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했던 친구를 울타리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은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 관계가 오랜 시간 내 마음을 갉아먹었으므로 끝내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고 나니 가슴팍에 총이라도 몇 발 맞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정을 주제로 하는 영화와 시리즈를 보고 또 봤다. 이젠 진짜 혼자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기 위해 미녀삼총사와 바그다드 카페와 스위트 매그놀리아로 위장해야 했다.


어디선가 나이가 든다는 건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젠 그 말이 좀 슬프다. 어째 나이가 들수록 잃는 친구도 많아지므로 나 자신과 가장 친해질 수밖에 없단 소리처럼 들린다. 나는 결국 진짜 친구 하나 없는 찐따가 되고 마는 건가. 아니, 어쩌면 스스로를 찐따라고 느끼는 또 다른 누군가와 서로 의지할 수도 있겠다. 당근에 30대 전용 친구도 팔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없어서 설마 내가 찐따인가 싶은 분, 저와 친구 하실래요? 아, 보험이나 다단계, 사이비 종교 아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 있다고 느끼고 싶을 땐 움직이는 것을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