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름모 Jun 14. 2021

부모님이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아빠가 3일 전 부터 오른쪽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었다.

트럼펫 연주를 좋아했던 아빠가 오케스트라 동호회에 갔다가, 혼자 팀파니를 짊어지고 옮긴 날 밤이다.

아빠는 오십견이 온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엄마는 걱정스럽게 쳐다봤고 그 날 밤은 그저 그렇게 흘렀다.


이틀 뒤, 11시쯤 일어나보니 아침부터 밭에 다녀왔다는 아빠는 매트리스에 누워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십견이 심해진 것 같다고 하셔서 우리는 아빠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안마봉을 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드리고, 손톱 아래를 침으로 따고, 부항을 거북이 등딱지 마냥 다닥다닥 붙였다. 안마기를 셋팅해두기도 했다. 


별 일 아니겠지, 생각하며- 아니 사실 그조차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게 팀파니를 왜 혼자 짊어지고 옮겼대, 그냥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오후가 되어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으니, 아빠의 상태가 영 좋지않아 응급차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 도로 왼쪽에서 응급차가 삐용삐용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아빠는 부축을 받아 차에 탔고, 보호자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후 엄마는 앞좌석에 탔다.

썬팅 된 응급차의 앞유리에다 대고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흔들었다. 전화 달라고.


이 곳은 시골이라 옆의 큰 도시까지 응급차는 이동해야만 했다. 약 1시간이 걸렸고, 그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구글을 켜서 계속 검색만 했다.

부모님이 아플 때, 아빠가 아플 때, 부모님이 아플 때 마음가짐, 같은 것들


그렇게 혼자 멍하니 울먹거리다가 갑자기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 쌓이고 기름때가 낀 가게를 청소했다. 엄마 아빠가 돌아왔을 때 깨끗한 가게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 아빠가 돌아와서 다시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당연히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며 가게의 테이블을 모조리 치우고 낡은 것들은 버리고 설거지를 했다.


두 시간쯤 뒤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가 뇌경색이라 입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코로나때문에 면회도, 상주도 할 수 없어 간병인을 써야한다고도 말했다.


동생이 요즘 간호 실습을 해서, 최근에 병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준다.

며칠 전 동생이 "간병인 아줌마들과 대화하는 거 재밌는데 하루에 6만원씩 써야해." 간병인 쓰는 게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기겁을 하던 동생과 나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뇌경색은 참 위험한 병이었고, 나는 아빠가 죽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내일 아빠 병원에 진료 면담을 하러 간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당장 내가 아빠를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보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