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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Jan 16. 2022

양재동 인 조르바

집 근처에 마음에 드는 카페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번은 와서 멍하니 앉아있거나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오늘은 문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문의 개폐에 따른 숨소리를 듣고 있다.


투명한 유리 너머에는 작은 피자 가게가 하나 있다. 이태원,한남동에 어울릴 것 같은 와인색 조명이 포인트 컬러인 것 같다. 매번 이 카페에 올 때마다 저 피자 가게를 바라보게 되는데, 오늘은 그래도 손님이 좀 있는 편이다.


가만히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가 된 것 같다. 나는 습기 가득한 바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잡아먹을 듯 무서운 파도를 바라보던 그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다보면 어느 순간 조르바가 유리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철광을 캐게 해달라고 할 것 같다. 그럼 나는 주인공 남자처럼 어이없어하면서도 조르바와 함께 배를 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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