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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Oct 05. 2022

1004

세상에는 너무한 일이 너무 많다 너무한 것이 너무 많은 것은 너무가 두 번 들어가니 안 너무한 것일까

마음이 너무하고 소통이 너무하고 세상이 너무하다

나는 왜 눈물 한 방울 나지 않고 이것이 익숙한 마냥 꾹꾹 마음을 압축기로 눌러 담고 있는 것이냐 이것이 가장 너무하다 왜 나는 항상 나를 이렇게 꾹꾹 눌러 아주 납작해져 눈물 한 방울 새어 나올 틈도 없이 기승과 전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결만 남기려 하는지 남들에겐 기또한 승또한 전또한 중요하다 이르며 나에게는 오로지 결,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라 이르는 것인지 내가 나에게 가장 너무하고 나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너무하고 있다


네가 뒤에서 죄책감에 훌찌럭 거리는 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리로 진동으로 입자로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는 또 네 마음을 따라 서서히 부유하는 것을 내가 모르면 좋겠다 너는 그럴 것이라고 연역적으로 추론하지 않으면 좋겠다 너에게 주었던 것이 맘인지 몸인지 사랑인지 정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인지 모르면 좋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좋겠다 가 아닌 그랬다로 끝나면 좋겠다

그냥 그렇게 되면 좋겠다


용기를 쉽게 냈으면 좋겠다 쉽게 내면 그것이 용기이겠냐만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 지금 자꾸 책장을 앞으로 넘기면 뒷이야기를 볼 수가 없으니까 그냥 그 한 페이지에 통달한 것을 제일로 여기며 머무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 그 찬란했던 모아둔 순간들을 후루룩 넘길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종이 냄새 내 흔적의 냄새를 내 노력과 빛의 냄새를 벗 삼아 함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것에는 순리가 있다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모든 것은 끝에 머지않아 새로운 시작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몇십 년간 땅에서 숨 쉬고 잔디 내음을 맡고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배웠던 일이다 그래 다 알고 있다


속이 상한다 목구멍이 턱 막혀 무언가를 넣을 수가 없다 곯아버린 배는 비명을 지르고 열도 나기 시작하는데 무언가를 섭취하기에 내 목구멍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대신 달빛 먼지 소리 분위기를 자꾸 먹는다 그렇게 먹다 보면 언젠가 내 목구멍도 나를 용서하여 조금씩 포문을 열겠다 항상 그래 왔거든


무엇을 잘못했나 무엇이 잘못되었나 생각하는 일은 비단 나쁜 일만은 아니다 노를 젓기 위한 시작침 그리고 반동일 테니 다만 없는 잘못을 꾸역꾸역 만들어내 삼키는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것을 소화할 능력은  누구에게도 없고 나는  누구도 아니기에 더더욱 토해낼 뿐인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감고 죄 없는 나를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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