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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Oct 08. 2022

10월의 어느 멋진 형태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10월의 어느 멋진 금요일, 성수동으로 혼자 관극을 다녀왔다. 한예종 졸업생들로 구성된 극단의 작품이라 관심이 갔다. B 생각도 했다. B 언젠가 나에게 초대권을 보낼 날을 조금 기대하기도 했다.

제목은 사랑의 형태, 내용을   다시 제목을 확인하니 이별의 형태가  어울리지 싶다가도 답게 사랑함에 비로소 이별이라는 말이 어울리기에 동의어인가 싶다.


살아온 궤적에 따라 설정되는 대표적 사랑은 달라진다. 연인 간의 사랑, 가족의 사랑, 친구의 사랑 그리고 빛의 화살표를 따라 자라나는 화초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의 형태는 셀 수 없이 다채롭다. 미호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이별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몸을 많이 쓰는 극이었다. 모든 살과 관절과 표정 머리카락 허리 발목 손과 발이 땀을 가득 담고 메시지를 외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역시 인간은 아름다워-”저절로 그랬다.


극 중 한 배우가 성악가 김동규 선생님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읊조렸다. 그중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하는 구절은 내내 맴돌았다. 엄마를 버리고 이모에게 모든 재산을 넘긴 치매 할머니. 그 할머니를 바램은 죄가 될 것이라 말할 만큼 그토록 사랑하는 손자. 정말 피에는 무언가 있는가 보다. 그 장면에서 조금은 어수선한 관객석이 전부 지휘를 당하는 것 마냥 함께 울어냈다. 극 중에서 이모는 치매 걸린 엄마를 보고 동생이 간호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했다. 손자의 엄마는 죽었고 할머니도 죽었다. 남은 건 손자뿐이었다.


성동 문화재단에서 홍보를 해서 그런지 상업적 요소가 없어 꽤나 쉽게 찾지 않는 내용임에도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꽤나 중간중간 흐름을 끊는 그들의 잡답을 미워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럴 때면 그냥  즐거움을 응원하는 것이 내가 빠르게 다시  속으로 들어갈  있는 방법임을 알기에 그렇게 했다.


연극의 메인 텍스트는 “사랑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개면 하나를 자르고 필요하면 줄기도 자른다. 잘라낸다는  마음 아픈 일일 수도 있지만  자라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였다.  최대가 아닌 최소한의 선택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최소한을 모든 것의 출발지점이라는 말로 해석하면 공감이 된다.


괜찮은 척하는   미호가 내내 신경 쓰였다.

오랜만에 오롯한 관극이라 고요하니 나와 친해지기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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