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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Aug 03. 2023

거울 속 외딴 성

영화 감상 후 소회

코코로. 한국어로는 마음. 작가는 왜 굳이 많은 이름 중 그녀를 코코로라 칭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추측컨대 코코로가 보여주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비단 그녀의 특성, 상황, 문제가 아니며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의 대표 격인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러한 감정들. 우리는 남은 생에 닥칠 고독을 어떻게 견디고 회복해야 할까.


일본 이지메 문화에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 우리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한국 학생사회의 집단 따돌림 문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와 끝없이 펼쳐지는 고독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을 맛본 적이 있는가? 고독은 씁쓸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어떤 맛도 나지 않는 것에 가깝다. 저 문 밖에서 분자 운동처럼 움직이는 인간들에 섞이고 싶다가도 그 맛을 감각할 여력이 없는 나 자신의 무미(無味)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산화되어 가는 몸덩어리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것은 끝없는 고통이다. 동시에 그 반대편에 위치한 상생과 연대를 알아챌 수 있는 방아쇠다.


왓챠피디아에서 영화평을 보다가 "인연의 사슬"이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고독 속에서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사슬. 고독을 깨는 인연의 사슬. 영화 속 코코로는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존재하는 그 사슬로부터 딱 한 발짝의 용기를 얻는다. 열쇠를 찾아 결국 모든 기억이 지워졌다고 해도 몸과 마음에 남은 연결의 흔적은 적재되어 용기가 된다. 


우리 삶도 그렇다. 기억은 휘발된다. 

휘발되더라도, 그 시간을 거쳐온 우리는 아주 다른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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