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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Dec 08. 2022

개가 사납게 짖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화내는 것은 삶에 단 1프로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화를 낸다는 것은  상황을 전적으로 동의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6개월 정도를 백수로 지낸 적이 있다

사지 멀쩡한 청년이 아침부터 딱히 갈 데도, 할 일도 없이 지내려니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졌다

몇 달을 그렇게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지내다가

누군가로부터 대학 졸업한 멀쩡한 놈이 하릴없이 밥이나 축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 그래도 자격지심 때문에 편치 않은 마음이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화가 폭발했던 기억이 있다


오래된 일이어서 그때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단히 화가 많이 났었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화를 내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약점, 자신의 치부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드러나게 될 때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를 내는 행위는 자신의 약점, 치부를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개가 사납게 짖는 이유는

두려워서라고 한다

자신의 두려워하는 모습을 감추려 그토록 짖는다는 것이다


사납게 짖으면 짖을수록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100미터 전방에서 우회전을 해야 했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우회전  차선으로 끼어 들려는 순간

뒤에서 폭스바겐 제프 차량이  경적을 울려대며 달려왔다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거기서 우회전 안 하면 다른 선택이 없던 터라

양해를 구하며 차선을 변경하려는데

제프가 어느새 내 차 옆에 차를 멈추었다

도로 한가운데서..

그리고는 창문을 내리고 엄청 화가 난 모습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연신 날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담담히 먼저 가라는 양보의 손짓을 했다


폭스바겐 제프는

내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도 분이 안 풀렸는지

룸미러를 통해서도 열심히 가운데 손가락 운동을 했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나 또한 화가 폭발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그저 담담히 바라보았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는 것 같다

근육은 평소에는 부들부들  힘이 없다가도

운동 직후나 운동하는 중에는

펌핑이 되어 근력이 세진다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다



내가 제프의 가운데 손가락에도 끄떡없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순간 내가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인생에 단 1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 즉 마음의 근력운동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육체의 근육은 꾸준히 단련하면 커지고 강해진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이 멋있어진다는 것이다

  

마음의 근력도 꾸준히 단련하면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이 강해질 것이다


그리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멋있어진다는 것이


마음의 근력을 갖춘 사람은

모든 것을 품고 이해할 수 있는... 

누구나가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따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우리가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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