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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Oct 24. 2023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

혹시 정신분열증이세요? 그걸 모르게?

예수님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오른손도 내 손이고 왼손도 내 손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에수님이 무슨 바보도 아니고 대체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일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이 말을 

자랑하지 말라라는 말로 해석을 합니다


자랑할 만한 일을 해 놓고도 

바깥에 이름을 알리지 않는 것을 두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단지  '세상에 알리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 마음에 남느냐, 남지 않느냐'의 뜻일 것입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이때의 왼손은 '내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몰라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몰라도 

내 마음에 자랑거리가 남아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 뿌리내린 

뿌듯함과 자랑을

나의 에고가 먹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내가 했다'라는 뿌듯함을 털어내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행한 선한 일을 마음 한 구석에 

틀어쥐고 있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이는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그러면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시리라' (마 6:6)

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회당이나 

사람들이 많은 광장에서 기도했습니다


회당이나 광장은 누구나가 볼 수 있는 바깥입니다


이에 반해  골방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내면을 말합니다  

골방을 찾아 기도하라는 말은  

내면 깊이 닻을 내리라는 뜻이고


거기다가 문까지 닫으란 말은

내면으로 향하기 위해서

바깥을 아예 봉쇄하란 소리입니다


골방에 들어가 문까지 닫아버린다면

기도하는지 잠을 자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즉 골방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나만의 깊은 내면입니다


그곳에선 누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없고

반대로 누가 나의 이런 모습 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뿌듯함도 없습니다 


기도가 바깥을 향하면 흩어지고 맙니다

기도는 내면을 향할 때 비로소 모아지고 힘이 생깁니다


어느 종교나 기도가 있고 신자들은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종교에서 기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요?


어느 종교나 처음에는 육신의 건강이나 물질적 부 등

세속적인 것들을 바라다가도


어느 순간 궁극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의 것을 바라게 됩니다


바로 하나가 되는 일입니다


무엇과의 하나 됨일까 생각해 본다면

종교마다 다르겠지만


기독교의 경우를 살펴본다면

아마도 하나님과의 하나 됨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이,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이웃을 나의 지체, 즉 나와 한 몸으로 여긴다면

오른손이 한 일이 곧 왼손이 한 일이므로

서로에게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고

자랑할 일도, 미워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너무 복잡하게 살아갑니다

소위 머리 굴린다고 하죠

우리의 머릿속은 늘 계산하느라 바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을까? 저렇게 하는 것이 나을까?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늘 보다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일하게 계산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할 때입니다


칼 같은 계산을 하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바보가 됩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라든지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 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사랑은 별거 아닙니다


사랑은 상대를 향한 불타오르는 열망이나

어떤 특별한 행동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저

상대를 나와 한 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아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본래 한 몸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입니다


여기서 '절대' 란 말은 대(상대)를 끊는다는 말입니다 

즉 참된 사랑은 상대를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남으로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이렇듯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는 

모든 행위가 바로 사랑의 행위입니다

회초리를 들어도 사랑이고

쓴소리를 해도 사랑입니다


그러나 반면에 

그러지 못한 채 하는 모든 행위는

참된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일흔 번씩 일곱 번을 행한다 할지라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란 소리는

자랑하지 말라거나

자신이 행 한 일을 세상에 드러내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를 한 몸으로 여기란 소립니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란 소립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 모두가 본래 한 몸, 한 지체임을 

깨닫고 살아가라는 

사랑에 대한 깊은 가르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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