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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Oct 05. 2021

비트코인으로 피자 한 판 시켜 먹던 시절

어느 0.1093879 BTC 소유자의 단상

요즘 비트코인 하나면 거의 오천만 원 돈입니다

이것도 많이 떨어져 그 정도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비트코인 하나에 몇 천 원 하던 시절에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고 피자를 시켜 먹었다는 사연에 올라왔습니다


그러니까 가만 놔두었으면 몇 억원이 되어있을 코인으로 피자를 사 먹은 것입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반면 어떤 누군가는 비트코인 초창기에 우연찮게 설명을 듣고 

말이 된다 싶어 속는 셈 치고 주머니에 있던 돈(7만 원)으로 

비트코인을 샀다고 합니다

7만 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인데 

비트코인 원리를 설명 듣고 나니 미래 화폐로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간 코인 시세가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할 때에도 그는

별 신경 안 쓰고 덤덤히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어차피 투자한 돈은 7만 원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는 현재 자가용 비행기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천국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비트코인이 몇 천 원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단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라 강남 아파트가 몇 백만 원하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강남 아파트나 어차피 당시의 나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거나 

능력 밖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억울해할 일이 아닐 것 입이다

매주마다 당첨자가 나오는 로또 복권에 억울해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소유했던 복권을 자신의 부주의나 실수로 잃어버린 후 

그 복권이 당첨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그야말로 '자다 말고 이불 킥'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합니다

중요한 선택이든 사소한 선택이든 어쨌든 

나의 시간은 나의 선택 아래서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 씨앗처럼 심깁니다


돌밭에 심기든 

가시밭에 심기든 아니면

옥토에 심기든 

어쨌든 심깁니다


그리고는 각기 심긴대로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내어 놓습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예전에 내가 심어 놓은 씨앗의 열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지금의 나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나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백수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학교를 안 가도 

회사를 안 나가도

내 맘대로 늦잠을 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시절이 있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방학기간도 일종의 백수 기간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하기 위한 기간도 백수의 시절로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을 못 잡은 오리지널 백수만이 백수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백수는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마음도 몸처럼 편하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그런데 말입니다


백수 시절의 시간은 마치 저평가된 시절의 비트코인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백수 시절 그 펑펑 남아도는 시간에 뭐라도 해놓았다면

비트코인 몇 천 원 하던 시절에 단 돈 몇만 원어치라도 사놓았다면


지금 내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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