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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Sep 28. 2021

내가 똥차 운전수를 부러워했던 이유

진짜 부러워했었다..

군대 있을 때 이야기다


훈련병 시절에는 육체노동 자체가 곧 훈련이었다

삽 한 자루 쥐어주고 가로세로 10미터도 넘는 구덩이를 파란다 

포클레인으로 한나절이면 할 일을 

훈련병 몇 명이 붙어서 뙤약볕 아래서 죽을 똥을 싸면서 팠던 기억이 있다


무슨 구덩인가 했더니 분뇨를 파묻을 것이란다 

말하자면 똥구덩이다

그야말로 피똥 싸며 똥구덩이를 판 것이다


얼마쯤 파고 있자 똥차가 왔다

운전병은 상병이었다

얼굴이 누리끼리하고 피부가 안 좋은 것이 똥독이 오른 것처럼 보였다


보통 상병 정도면 훈련병들에게 함부로 대하기 일쑤인데

똥차 운전병은 사람 좋은 말투로 휴식시간에 말을 건네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군대에서 똥차 운전수만큼 좋은 보직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똥차 운전수는 자유롭다 

육체적으로도 각종 훈련에서 면제되고 정해진 업무만 하면 자유롭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자유는 인간관계로 부터의 자유함이란다


일단 똥차를 운전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근처에 접근을 잘하지 않는단다

고참들이 괴롭히고 싶어도 더럽다고 근처에 안 온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똥을 직접 만질 일도 없고 

일이 생각보다 그리 지저분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업무 특성상 똥냄새가 몸에 배고 

가끔은 똥 묻은 호스를 처리해줘야 할 일이 있긴 하지만

군생활 내내 고참들에게 시달림 받거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견줄 바가 못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귀띔해 주기를..

똥차 분뇨통 내부가 은으로 도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래전 일이라 은인지 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여하튼 똥의 강력한 독성에 의한 부식을 견디기 위해

어떤 값비싼 물질로 코팅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똥차를 그야말로 똥차 취급하는데 

실제 똥차의 똥통 가격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아는 비즈니스 중에 하나가

군대에서 폐차로 나오는 똥차가 있으면 무조건 구입하는 것이란다

분해하여 똥통 내부에 코팅되어 있는 귀금속 값만 해도 구입 가격의 몇 곱절은 된다는 것이다 


그저 담배 피며 얻어들은 이야기라서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이야기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상하게 기억되는 것은


당시 내가 그 똥차 운전수를 너무나도 부러워했던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나도 똥차 운전수로 발탁되어 군생활 편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하기사 똥차 운전수가 되면 육체적 정신적 자유로움을 오지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그 이 말대로라면  제대 후 똥차 폐차를 분할받아 경제적 이득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하루 종일 아니 군 생활 내내 똥냄새에 쩔어 얼굴 누렇게 떠 다닐 각오도 해야 할 것이다

자유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그 누구도 곁에 오지 않는  극심한 외로움 또한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상병 짬밥에 훈련병 곁에 붙어 앉자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내가 똥차 운전수를 부러워했던 이유는 

군생활 동안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자유가 허락된다면

그깟 3년간의 똥냄새와 외로움 정도는 얼마든지 비용으로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모든 판단은 자신이 내린다

선택과 판단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모든 선택과 판단은 옳은 것이 된다

설령 나중에 미숙한 판단으로 드러나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남의 탓하며 자다 말고 이불 킥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던지 

나 스스로

나의 삶의 맥락에 따라 주체적으로 선택한 일이라면

결과에 따른 후회가 줄어든다

결과를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옆에서 보기에 얼굴 누렇게 떠서 똥차를 몰고 있는 운전수가

나 보기에 불쌍하게 보인다고 

그를 만류하여 정상적인 육군 보병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어찌 보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목사인 내가 난데없이 똥차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교회의 전도 활동이 어떤 면에서는 이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신자는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의 전도활동을 

감히 군대의 똥차 운전수 보직 선택에 비유할 수 있느냐고 화를 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생각해보려 하는 점은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전도 활동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종교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남에게 강요 내지는 설득하는 행위에 대해서이다


종교에서는 자신이 믿는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포교(불교) 또는 전도(기독교)라 하여 매우 장려된다 

심지어는 폭력을 쓰더라도 쉽게 용납이 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안될 일이다 

절대 안 될 일이다


오늘날 종교의 전도와 포교의 개념이 너무나 왜곡되어 있다


전도는 절대로 설득하거나 강요로 될 수 없는 성질의 일이다. 


진리는 결코 말로써 설득하여 전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진리를 전하는 이유는...


전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리로 엮어 놓기 위해서 일 것이다

즉 전도는 남을 위한 행위라기보다는

자신의 신앙을 위한 행위에 가까운 것이다


진리는 언어로 기록될 수 없지만

교리는 언어로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교리로 진리를 전할 수는 없다

교리는 단지 진리를 받아들인 자의 자기 확인용 기록일 뿐

아직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교리를

마치 '진리인양' 강요하려 든다.. 설득하려 든다

그리고 그것을 전도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전도는 말로써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행위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전해질 수 있을 뿐이다


똥독 오른 똥차 운전수가 불쌍해 보인다면

그를 강요하여 고달픈 육군 보병으로 보직 변경시킬 것이 아니라

그에게 똥차 모는 환경보다 더 나은 

군대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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