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사입니다
목사라는 직업은 없어져야 합니다
애당초 목사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면 그것은 그만큼 오해가 깊다는 뜻일 것입니다
장로가 직업이 아니듯이
목사도 직업이 아닙니다
목사는 장로 중의 한 명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미국 PCA 교단에서는
목사의 정식 명칭이 T.E (Teaching Elder) 가르치는 장로입니다]
직업으로서의 목사의 유래는 아마도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이후의 일일 것입니다
종교가 국가의 공식 종교가 되고 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우선 혜택이 많아지겠지요 (국가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제공받지요)
반면에 책임도 커집니다(해당 교구의 교육, 종교 관련 각종 허가서 발행, 교회 소유의 영지관리 등)
오늘날 웅장한 교회 건물의 유래는
로마시대에 무상으로 받은
바실리카(동사무소와 같은 공공건물)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교회가 바실리카를 모임 장소로 사용하기 이전에
교회는 그저 신자들의 모임을 뜻했습니다
마치 '동창회 모임'처럼 말이죠
그런데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이후에
국교라는 제도 조직을 책임 맡을 관리자의 필요성이 생겨났고
점차 성직자라는 full time job 이 생겨났을 뿐
애당초 목사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동창회장'이 직업이 아니듯이요
풀타임 직업은 관리할 일이 많아졌을 때 생겨나는 법입니다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면 자원봉사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초기 교회의 감독이나 목사 직분이 얼추 그런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동의하고
이를 삶 가운데 실천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의 모임..
그러한 의지를 세례라는 의식을 통해 공표한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
이러한 모임이 바로 교회의 원형입니다
우리는 지역교회를 교회의 단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교회는
하나의 '교구'에 불과합니다
장로회 교회가 가장 잘 정착된 스코틀랜드에서
지역교회는 하나의 예배 모임, 교구이며
편의상 교구 교회(parish church)로 불립니다
지역교회는 노회에 속한 하나의 교구였던 것입니다
신약성경의 에베소 교회, 예루살렘 교회가 바로 이런 의미의 교회였고
그 교회 아래에 많은 회중(congregation), 즉 개별 교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장로교회의 체제를 살펴보면
지역교회의 목사는
노회가 지역에 파송하는
'가르치는 장로'라고 되어있습니다
장로들의 모임이 바로 '에클레시아(교회)'입니다
그리고 목사는 장로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교회를 장노회(장로들의 모임)의 예배당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출석하고 있는 지역교회는 실제로는
노회(장로회)가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지평을 넓힌
사역의 전초기지인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교회의 본질적인 모습은 노회이며
노회는 (뼛속까지 신자인) 장로들의 모임이고
이들이 진리 전파를 위해 사역의 지평을 넓혀가는 가운데
지역 교구(교회)들이 세워지게 되었으며
이 일을 해나가는 장로가
직업이 아닌 '직분'이듯
목사는 직업이 아닌 '직분'이라는 말씀입니다
비록 오늘날 필요에 따라
목사라는 직분을 직업으로
감당하는 경우가 생기긴 했지만..
그러나 애당초 목사라는 직업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사라는 직업군은 사라져야 합니다
(오죽하면 목사인 내가 이런 주장을 할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