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불태웠어..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다
석탄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보면 하얗게 불태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대번에 감이 온다.
검은 석탄은 시뻘겋게 달아 오른 뒤에 마지막에는 더 이상 연소시킬 탄소 알갱이 하나 남지 않으면 새하얗게 재로 변한다
하얀 재로 변한 석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이상 불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 번아웃은 바로 이런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도처에서 번 아웃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는 가장,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새 편의점 알바를 하는 대학생, 과도한 업무로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 하는 직장인 등 우리 주변에는 피로에 지쳐 번 아웃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정작 기가 막힌 사실은 평안과 안식이 넘쳐나야 할 교회에서도 '교회를 섬기느라' 번 아웃된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주일을 참된 안식일로 기념하는 교회에 왜 안식이 없을까?
말 그대로 안식을 '기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예수님은 정작 안식일을 누리라고 강조하셨는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오지게도 그 말씀을 안 듣는다
성경 속의 하나님은 6일 동안의 창조를 마치시고 7일째 되는 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안식일은 말 그대로 쉬는 날인 것이다. 이렇듯 하나님이 제정하신 첫 번째 안식일은 그야말로 순수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쉬는 날이었다. 온전히 육체적으로 쉼으로써 관심의 대상을 창조 세계인 외부로부터 다시금 자신의 내부를 향할 수 있도록 명하신 것이다. 즉 안식일의 참된 본질은 다시금 하나님께 집중토록 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안식을 명하신 하나님의 뜻은 모세를 통하여 문자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문자적인 뜻이 가르침의 전부라고 여긴다면 율법주의 종교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율법주의'는 예수님이 목숨을 걸고 물리치려 하셨던 대상이었다
오늘날 교회에 안식이 없다면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른다는 교회가 오히려 그 가르침에서 벗어나 가르침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자녀들이 부모님께 큰 맘먹고 하와이행 비행기 티켓을 사드렸는데 정작 부모님은 자녀가 피땀 흘려가며 힘들게 번 돈으로 산 것이라며 액자 속에 넣고 소중히 보관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하겠지만 실상은 예수 믿고 교회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에 참된 안식이 없는 이유는 명백해진다.
안식을 누려야 할 어떤 것이 아닌 숭배해야 어떤 것이나 도달해야 할 어떤 경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바라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다
안식을 성취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안식은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그 어떤 것이 되고 만다.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진정 행복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따사로운 햇살 한줄기에도 행복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구원과 안식과 해탈과 열반과 천국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종교가 예외 없이, 동일하게 이 진리를 강조한다.
다만 우리가 못 알아듣고 있을 뿐이다.
액자에 비행기표 넣어둔 부모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