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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엽 Aug 26. 2022

솔로몬은 지혜를 구한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솔로몬이 지혜를 구했다고 생각하나요?

솔로몬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릅니까?

아마도 솔로몬의 재판이 생각날 것입니다


서로 자기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칼로 반쪽 내어 나누어 주라는 판결로

진짜 엄마로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명판결로 유명합니다


또한 부귀와 영화 대신 지혜를 구하였더니

하나님께서 뽀너스로 

구하지도 않은

부귀와 영화까지 함께 주셨다는 이야기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솔로몬을 지혜로운 왕의 대명사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사실  솔로몬 왕은 실존했던 인물 중에 

살아생전 부귀와 영광과 명성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랫동안 누린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구약 성경 열왕기서에는 솔로몬의 일상생활을 

아주 자세히 기록해 놓고 있는데

우선 솔로몬의 궁전에서 하루 동안 소비되는 식품 소비량을 보면


하루에 고운 밀가루 30석, 굵은 밀가루 60석

소가 30마리, 양이 100마리 그 외 진귀한 사슴고기 노루고기 등


'살진 소가 10 마리요 초장의 소가 20 마리요 

양이 100 마리며 그 외에 수사슴과 노루와 

암사슴과 살진 새들이었더라 (왕상 4:22~23)


뭐 대충 이 정도인데 

오늘날 하루에 이 만큼의 식재료를 소비하는 조직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글쎄요 윗동네 정은이네 궁궐에서 요정도 쓸지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은 

솔로몬 왕이 후비 700명과 첩 300명 

도합 1000명의 와이프를 두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솔로몬처럼 살아생전

지혜로움과 부귀와 명성을 모두 함께 누려본 사람이 

인류 역사상 몇 사람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솔로몬 왕은 성경 인물 중 

대표적으로 우리가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 

인물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입니다


평생을 교회 다녔던 사람들 조차 솔로몬 왕을 그저

시편과 잠언을 지었고

하나님에게 칭찬을 들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선하고 지혜로운 왕의 대명사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솔로몬은 그의 재위 기간 40년 중 

절반인 20년을 백성들을 동원하여 성전과 궁전을 지어

백성들을 힘들게 하였고


말년에는 그의 수많은 부인들이 들여온 우상들 때문에

그의 아들 르호보암 때에는 


왕국이 북이스라엘과 유다, 두 나라로 분열되고 

마침내는  민족 전체가 포로가 되어 


오늘날 유대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디아스포라가 되게 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성경 열왕기 서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로몬은 왕이 된 초창기에

‘소원을 말해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부귀도 장수도 아닌

'지혜'를 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로 인해 솔로몬은 

성경 전체를 통해

지혜로운 사람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한번 얻고 마는 재물보다는  

그 재물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지혜는

세상 사는 지혜나 통찰력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솔로몬이 구한 지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성경 본문을 확인해 보면 됩니다


열왕기 상 3장 5절에 보면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드린 직후에 하나님이 그에게 나타나십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이에 솔로몬은 하나님께 이렇게 답합니다


9절 :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성경 본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실 솔로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 부귀영화 대신 

지혜를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백성을 잘 재판할 수 있도록 

듣는 마음을 주사 선악을 분별하게 해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이러한 대답이 마음에 들은 하나님이

지혜뿐만이 아니라

그가 구하지 않은 부와 영광도 함께 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응답하신 부분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11절에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13절에 

내가 또 네가 구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왕들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을 것이라 


즉 하나님이 솔로몬의 대답을 듣고 나서

그가 구한 것이 '지혜'라고 

‘평가’를 하신 것이고

또한 이를 합당하게 여겨

부귀와 영화도 함께 주신 것이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솔로몬이 대놓고 직접적으로 하나님께


부귀와 영화보다는 지혜를, 

현명함을 주세요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읽으시면서


"아하 솔로몬이 부귀나 장수 같은 수준 낮은 소원을 말하지 않고

왕으로서 백성을 잘 다스리게 해달라고 하는 소원을 말하니


하나님이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겨서 

구하지도 않았던 부귀와 영광도 함께 주시는구나


역시 솔로몬은 지혜롭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솔로몬의 지혜를 자신에게 적용시켜 


"만약에 누군가가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면

솔로몬처럼 지혜를 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더 유익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혀 아닙니다

이는 그저 우리의 소망 사항일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구했을 때

하나님은 그에 대해 답하시면서


'장수나 부나 원수 멸하는 것을 구하지 않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라고 하실 때에


그 앞에 ‘자기를 위하여’라고 말씀하신 데 있습니다


즉 이 말은 

장수나 부나 원수 멸하는 것을 구하는 것은 

‘자기를 위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말은 

솔로몬은 '자기를 위하여' 구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하나님이 솔로몬을 칭찬한 이유가

지혜를 구했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구한 것이

자기를 위한 것이냐 아니냐에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것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입니다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한 것은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듣는 마음과 분별력이었습니다


솔로몬 당시의 정치 제도는 오늘날처럼 

백성들의 투표로 왕을 선출하는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의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없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그저 왕의 말 한마디가 법이고 

왕이 죽으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했던 그런 시대였습니다


왕이라면  그 당시 다른 나라 왕들이 다 그러했듯이

날마다 술 마시고  잔치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그런 시대였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소원을 말해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솔로몬은 백성을 올바로 재판할 수 있는 

듣는 마음과 분별력을 달라고 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이러한 마음을 

‘지혜’라고 본 것입니다


성경은 솔로몬이 원했던 바가 '지혜'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솔로몬이 원했던 바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남을 내 몸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자기를 위한 것이냐, 남을 위한 것이냐를 따지지 않는 마음

즉 나와 남을 하나의 유기체, 생사 공동체로 보는 마음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저는 

솔로몬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듣는 마음과 분별력을 달라고 했을 때

그는

백성과 자신을 한 몸으로 본 것으로 생각합니다


백성이 편안할 때 비로소 

자신도 평안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무조건 남을 돕거나 봉사하는 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비록 남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회초리를 들어도 

사랑일 수 있고

반면에 불우이웃을 위해 몇억 원을 기부하여도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상대가 만족할 때 

비로소 나도 만족스러워야 

진정한 사랑입니다


상대가 평안해야 

비로소 나도 평안해지는 것이

사랑의 마음입니다


평안한 척하는 것이 평안이 아닙니다

자신이 평안을 누리야 진정한 평안입니다

참다운 평안은 남들이 평가해줄 수 없습니다


솔로몬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왕으로서 

평안한 척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원한 '듣는 마음'은 

진정 그가 원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마음속에 있는 

백성을 향한 

참 사랑을 확인한 것입니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부귀와 영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부귀와 영화를 누릴 때 

그가 속한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 또한 

그 부귀영화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는 곧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이기 합니다


비록 솔로몬이 말년에 여러 우상을 들여오는 실책을 했지만

솔로몬 재위 시절 이스라엘 백성들은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했던

전성기 시절을 누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지혜의 근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귀하게 여기는 것을 

자신도 귀하게 여긴다는 뜻일 텐데


하나님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란 다름 아닌

서로를 자기 몸처럼,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입니다

한 몸 의식, 생사를 같이하는 생사 공동체 의식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 한 몸안에 모든 것을 품고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할 때 

우리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고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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