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환교수님에게 질문을 잇다 _#1

§질문잇음 1. 백마가 있는 곳에 가야하나요?

by 인증중독자

김형환 교수님과 약속이 있었던 이 날 아침에 나는 난데없이 숲길을 달리고 있었다. 밤새 엄청난 비가 오고 난 뒤라 그런지 숲속의 생기로움이 정신을 맑게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질문을 가지고 가야 하나 하는 고민스러운 마음에 난생처음 토요일 아침에 달려보기를 시작한 것이다.


§ 질문 이음 순서


질문잇음 1. 백마가 있는 곳에 가야 하나요?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하여
질문잇음 2. 그래서 명쾌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배려와 오지랖 사이
질문잇음 3. 그 다음 단계는 뭔가요? - 본질을 향한 단계를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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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5. 토요일. 오후 3시

하나 : 저는 교수님이 궁금해요. 교수님은 ESFJ 이신가요? +_+

형환 :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S면 이런 짓 안 해요~

□ 하나 : 아.. 설마 I는 아니시죠? (아니지~ 아무렴) ENTJ인가 그럼... 설마, ENTJ세요?!

■ 형환 : (웃음) S나 N은 자기 행동이에요. 우린 좀 이상적이잖아~

□ 하나 : 늘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답을 주시니까...

■ 형환 : 그건 'T'때문이에요.

(ENTJ. 그렇다. 직관적이고, 확신에 찬 말투만 보아도 지도자형인 ENTJ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F가 좀 걸렸다.)


□ 하나 : 프렌들리 하진 않으세요?

■ 형환 : 프렌들리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진 않지.

□ 하나 : 아.. 되게 매정하시구나. 하하하

■ 형환 : 하하하. 사람은 되게 좋아하지. 그러나 얽매이거나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 그래서 난 결혼도 되게 일찍 했어.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내 생애 계속 여자 문제로 고민하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 하나 : 아~ 숙제처럼 생각하신 거군요!

■ 형환 : 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그냥 하는 거지. 근데 쉽지는 않았어. 이 여자가 나를 안 좋아해서 ㅋㅋㅋ

(자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도대체 어떤 확신이 있었길래 무모할 만큼 찍어대셨던 걸까?!)


□ 하나 : 뭔가 다른 가능성에 대한 아쉬움이나 기대나 미련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 형환 : 아~ 나는 그런 거 없어. 내점은 그 후에 아쉬움, 미련 이런 건 안 갖고 사는 거야.


□ 하나 : 그럼 교수님. 뭔가 선택하실 때 후회가 없으신가요?

■ 형환 : 아니지. 선택을 한 다음에 후회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안 하지.

물건을 샀어. 더 싼 게 있어. 그럼 어떻게 해? (어쩔 수 없나요?) 그럼 거기를 빨리 떠나는 거지. 계속 거기를 보고 있으면 어떡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내가 산 물건을 아주 귀하게 쓰는 거야.


□ 하나 : 결혼 일찍 하셔서 좋으세요?

■ 형환 : 글쎄, 결혼 늦게 해보지 않아서 그 느낌은 잘 몰라. 다만, 결혼을 일찍 하는 대로, 늦게 하면 늦은 대로 다 장단점이 있. 그걸 남하고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 잘하지? ^^ (헉, 딱 들킴. ;;) 비교하면 지는 거예요. 아직 결혼을 안 했으면, 더 기다리고 기대하고 기도하고, 만끽하세요.

□ 하나 : 너무 긴대요. +_+;;

■ 형환 : 그래서 기~~~~~다리는 거예요 ㅋㄷ (아.. 그래서 기~~~~~~~다리는 거구나..)


□ 하나 : 음.. 교수님께서는 중국에도 오래 계시고, 여러 가지 사업도 하시고, 사기도 당하시고,, 여러 경험이 많으신 것 같아요. 무언가 선택하고 개척하는 느낌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신 경향이 있어 보이던데..

■ 형환 : 그렇지~ 먹고사는 문젠데. 그걸 내가 일부러 그랬겠어. ㅋㄷ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다 그래~ 모든 사람들이. 하나 씨는 안 그럴 것 같아~?


□ 하나 : 아니, 전 교수님 강의 듣거나 하면, 굉장히 주도적으로 살아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형환 : 그건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야. 누구 때문에 뭐 때문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해. 그래서 그냥, 내가 잘못했거나, 운이 없었거나, 하나님 뜻이 아니거나, 딱 끝! (너무 초간단해서 잠시 당황함.. +ㅁ+;)


□ 하나 :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교수님은 원래 그런 사람이신 거 아닌가요?

■ 형환 : 세상의 일이 원래 다 그래. 하나 씨가 할 일은 세상의 1/3도 안되거든. 나머지 1/3은 상대방이, 나머지 1/3은 하나님이. 끝. (또 끝.) 그중에 내가 할 수 있는 1/3만 하는 거야.

(그렇다. 나는 너무 모든 일을 내가 하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늘의 영역까지 내가 넘보고 있었던 걸까?)


□ 하나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1/3 뿐이라는 것을 언제 아셨어요?

■ 형환 : 몇 번 망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하면서...) 왜냐하면 내가 몇 번 망할 때 보면, 빨리 놨으면 덜 망해. 그런데 보통 망할 때, 어떻게 하면 될 것 같고, 이 사람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고, 누구한테 부탁하면 될 것 같고, 이렇게 끊임없이 방법을 찾잖아. 근데 결국 딱 보니깐 아니더라고ㅡ.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남기고, 나머진 다 내손을 떠난 일이야. 그럼 지혜롭게, 아~ 이 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요만큼이면, 실패 확률이 나머지다. 그럼 나는 요만큼만 건지면 되는데, 자꾸 기대치를 너무 넓히는 거야. 그래서 만약에 운이 좋아서 나에게 프로핏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야. 또다시 돌려줘야 해.


(뭔가 결단스럽지 못한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임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다시 물었다.)

□ 하나 : 그래도 성격적인 면이 큰 것 같아요!! (우겨본다.)

■ 형환 : 그럴 수 있지. (오, 조금 설득이 된 것도 같다.)


□ 하나 : 저는 오지랖이 넓은 편이라서 오만 걱정을 다 하거든요.

■ 형환 : 오만 걱정을 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빨리 느껴야 해. 그럼 본인이 걱정해야 할 일은 본인의 행동만 걱정하면 되지. 본인의 생각만 걱정하면 돼. 본인의 말만 걱정하면 되는 거야. 딱 세 가지. 끝! (자꾸 이렇게 딱! 끝! 하신다. 정말 부럽다 ㅠ)

예를 들어, 하나 씨가 백마 타고 온 남자를 만나는 건 할 수 있어 없어? (정말 할 수 없는 걸까?) 그 남자가 나한테 마음을 열게 하는 것도~ 나는 못해. ( 정말 못할 수밖에 없는 걸까?ㅠ) 할 수 있는 건 뭐야?


□ 하나 : ...백마가 있는 곳에 가야 하나요? (진심 마구간을 가야 하나.)

■ 형환 : 본인이 늘 준비하고, 예쁘고, 사람들한테 잘해주고, 그건 할 수 있지. 잘해주는 게 엄청난 영향력이야. 자꾸 골라, 저 남자는 아니고, 이 남자는 어떻고, 그런 게 아니고 어떤 사람에게든 잘 해주는 거야. 마음을 주는 게 아니고 호감을 주는 거야. 그럼 상대방이 결혼을 했을 지라도 소개를 해주게 돼~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연은 소개로 되는 경우가 많아.


■ 형환 : 본인이 본인의 좋은 에너지를 자꾸 발산하는 거지. 나도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소개, 소개, 소개해서 만나는 것.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야. 그럼 나는 뭘 하고 있어야 해? 준비해야지. 어떤 좋은 기회가 내가 오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몰라. 도둑처럼 오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깨어있어야 하는 거야. 깨어 있다는 건 뭐야? 만약에 남자라면, 나는 결혼 나중에 할 거라고 맨날 티 쪼가리 입고 다니고 그러면 여자가 생기겠어?

(얼마 전 슬리퍼 끌고 모임에 갔다가 현주언니한테 구박받은 날이 떠올랐다... 본격 구인광고라도 내야 하는 걸까?)


■ 형환 :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내 맘대로 안되지만, 연애를 하는 것,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 내가 스스로 준비하는 것, 이쪽으로 갈수록 내가 할 일인 거지. 나는 결혼 많이 시켰거든. ㅋㅋㅋㅋㅋㅋㅋ (지금껏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솔깃함 +ㅁ+/)

□ 하나 : (눈을 반짝이며!) 하~ 교수님한테 잘해야겠네요!!!


□ 하나 : 사실, 저는 결혼에 조급한 마음은 없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만.. (갑자기 엄마 아빠가 감당하고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ㅠ)

■ 형환 : 조급하게 하지는 마. 그러나 때는 기다려야 해. 어디서 누군가가 어떻게 올지 모르니깐. 내가 봤을 때 하나 씨는 아주 잘 준비하고 있어.

□ 하나 : 관상도 보시나요. ㅋㅋㅋ

■ 형환 : 즐겁잖아. 이렇게 즐거운 에너지가 되게 좋은 거야~

□ 하나 : 맞아요! 저 즐거워요! 근데 좀 과한 면이 있어서.. 문제 아닐까요? ^^;;; (스스로를 너무 잘 알고 있음.)

■ 형환 : 하하 핫. 아니야, 괜찮아. 이럴 땐 하나 씨의 좋은 에너지가 필요한 남자가 나타나지.

□ 하나 : 아.. 그래서 자꾸 우울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가요?

■ 형환 : 맞아. 그게 당연한 거야. 그래야 중화가 되지 ㅋㅋㅋㅋ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궁금했다.)


□ 하나 : 교수님, 처음에 저 보시고 교수님께서 평강공주 스타일이라고 하셔서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거든요. 불쌍해서 결혼할 수도 있다고.. ㄷㄷㄷ 저는 이것을 저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나요 ㅠ_ㅠ (바보 온달이여.)

■ 형환 : 아니, 본인이 판단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 봐. 그러다 아니잖아? 그럼 아니면 돼. 근데 미리 진을 치고 있으면 기회가 안 와. 끊임없이 알아보고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야. 그 사람 내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들을 질문하면 되잖아. 그다음부터는 느낌이야. 근데, 주의사항! 너무 하나 씨를 드러내면 안 돼.

□ 하나 : 하~~(깊은 깨달음) 왜요? 신비주의? +ㅁ+

■ 형환 : 음... 이렇게 에너지를 뿜는 성향은 상대방이 질릴 수도 있어. (헉!!!!!!!! +ㅁ+...)

□ 하나 : 그게 제야.... (갑자기 또 울먹.. )

■ 형환 : 맞장구 잘 치잖아. 맞장구 쳐주고 질문하고, 본인의 생각을 물어보는 거야. 그런 대화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 기간을 만들어 놓는 게 되게 중요해.


□ 하나 : ㅋㄷ 이런 걸 물으러 온건 아니었는데...

■ 형환 : 본인에게도 결혼이 중요하니깐...


□ 하나 : 사실 저는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되는 게 뭐냐면, 결혼과 육아를 끝내고 났을 때,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텐데, 그 시작 역시 늦어질까 봐 두려워요.

( 어느새 몇몇 친구들은 어느 정도 사람 크기(?)로 아이들을 키워는 것에 성공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보일 때. 숙제를 어느새 먼저 끝내버린 친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아직 숙제장을 열어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 형환 : 늦어지면 늦어진 대로 하면 돼. 그건 미리 걱정할 필요 없어. 단지 사람을 만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야 해. 이 사람이다 정하기 전까지는 많이 만나는 게 맞는 거야.

근데 거기 에너지가 뺏기는 건 판단하기 때문이야. 아니 지금 처음 만나서 결혼 상대자를 판단하면 안 되지. 실력도 없는 것이~ (ㅋㅋ 실력 없는 것도 순식간에 들켜버렸다. )

□ 하나 : 너무 끝까지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 형환 : 그래야 촉이 생기고 수가 생기잖아. 그럼 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기술이 생기는 거야. 사랑도 기술이지~ (정말 기술이라면 과외라도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교육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 걸까? ㅠ)


□ 하나 : 교수님, 되게.... 기술이 많이 느셨겠어요! 많이 차이셔서 ㅋㅋㅋㅋ

■ 형환 : 그럼~ 차여서, 별에 별짓 다해봤지ㅋㅋㅋㅋㅋ


□ 하나 : 요새는 사람들이 그런 끈기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 형환 : 그렇지 않아. 마찬가지야. 요즘 사람 옛날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귀인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고, 간절함이 없어서 그런 거고,

결혼을 두고도 기도하세요. 누군가 나타나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거거든. 이건 맡겨야 해. 기도할 때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하고 하는 게 아니라, 감사의 기도를 하는 거야. 귀한 사람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를 통해서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의 문을 자꾸 열면 그 기운이 커져서 감사하는 사람이 생겨요. 알았지? 어디선가 그런 기도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예쁘고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요 즐겁고요 ㅋㅋㅋ 있다니깐,

□ 하나 : (진짜 있길 바라면서) 아하하! 지금 타이밍이 안 맞는 거네요~ ㅋㅋ 때가 오겠죠!!


여기까지가 오프닝 20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냥 후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이상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 버렸지만, 결혼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에게 김형환 교수님은 나의 이상적인 모습의 현실 버전이다.

프레임_최인철_p.7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 나는 지혜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이제 나는 교수님의 명쾌함에 대해서 질문을 이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