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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안하나이하나 Sep 04. 2022

출사표




 두려움과 귀찮음 사이에서 격렬한 줄다리기를 하다 6개월 만에 키보드를 눌러 이 글을 쓴다. 쓰고 싶은 말과 감정들은 자주,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때마다 오늘은 이래서, 오늘은 저래서, 수많은 변명과 핑계들이 말과 감정을 앞섰다. 한번은 작가가 업인 동생에게 말했다.


 "나는 너무 쓰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게 글이야. 그래서 한 번을 쓰는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는데...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너를 보면 참 대단하다 싶어."

   

동생은 말했다.


 "언니, 저한테 글쓰기는 쓰레기통 같은거에요. 쌓인 감정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니까 그날 그날 글로 다 풀어내고 버리는거에요."


글쓰기가 감정을 쏟아내는 쓰레기통이라 말하는 동생의 쿨함이 멋지고 부러웠다. 


내게 글을 쓴다는 건 무엇이었을까? 

늘, 쓰면서 가장 경계하던 것은 감정의 과잉이었다. 울고 싶어도 글 속에서 울지 않기, 슬프고 외로워도 대놓고 슬프고 외롭다 말하지 않을 것. 이미 그런 글들은 20대 초반, 싸이월드 시절에 차고 넘치도록 쓴걸로 만족한다. ㅎㅎ 

쓰고 싶은 말과 감정들은 자주 차올랐지만 그것을 대체할 표현들을 찾으려니 나는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또 6개월의 시간을 보냈고, 이러다 영영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글쓰기를 가볍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의 최애 이슬아 작가의 선생님인 어딘은 글쓰기는 일기와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 깜냥도 안되는 쪼랩이니 다작이 답이다 싶은 마음으로... 그냥 그날 그날 마음에 차오른 생각과 감정들을, 재밌고 외롭고 슬프고 우프기도 한 일상의 얘기들을 좀 더 가볍게 써봐야겠다.


그래서 나 이제 글 쓸거라고. 자주! 

그래서 이 글은 바로 출사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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