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그 예전,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을 함께 했을 순간을 느껴보며, 삶의 공간과 함께하는 하남시의 역사 현장을 고전 시 구절과 함께 둘러본다.
선사시대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다.
제비는 마음대로 처마를 들고나고
수중의 갈매기는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 모른다.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드는구나.
- 두보 [강촌] -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너른 강이 있는 곳임을 증명하듯, 한강과 마주한 미사리에는 선사시대부터 집단 취락지역이 있었다. 미사리 선사유적지는 1979년 사적으로 지정됐으며, 시기는 대략 BC 3500년에서 BC 1000년기 전반까지로 추정된다. 많은 유적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지만, 너른 한강과 맨발 산책길을 거닐며, 수천 년 전 사람들도 마주했을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롭게 즐겨보자.
삼국시대
붉은 바다 고목에 가을 매미 울어
하늘은 가을 기운 가득하고 꽃은 이슬에 젖었구나.
저 멀리 북쪽 들창 햇볕 드는 곳에는
연푸른 잎 연노랑 꽃이 이른 봄 같으리라.
- 정약용 [여유당전서 시문집 ‘팔월 초하룻날 짓다’] -
이성산성은 2000년 사적으로 지정된 삼국시대 대표 산성 중 한 곳으로, 다양한 삼국시대 유물이 출토됐으며,다양한 건물지(8각, 9각, 정방향 등)를 통해 그 당시 전략 요충지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경관광장을 지나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따라 곳곳에 자리한 산성 유적을 즐기다 보면 이성산성의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서서 예전 사람들이 지켜보던 한강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호젓하게 누려보자.
조선시대
산에 비내려 밤새 대나무 숲을 울리고
풀벌레가 가을의 침상 곁에서 운다.
가는 세월을 어찌 머무르게 하리오.
백발의 자람을 막을 수 없구나.
- 정철 [추일작] -
광주향교는 처음 세워진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703년(숙종 29년) 이곳으로 옮겨 세우면서 지금의 광주향교로 자리 잡았다. 제사 공간인 대성전부터 교육 공간인 명륜당과 동재, 서재가 단정하게 잘 짜여진 구조와 배치로 구성돼 있다. 광주향교를 오래도록 지켜온 수령 500년에 달하는 은행나무를 둘러본 후, 건물 툇마루에 걸터앉아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예전 사람들이 누렸을 고풍스러운 품격과 세월의 흔적을 느껴보자.
근대시대
뜰 가득 환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자리에 들어오는 산빛은 기약 없던 손님일세.
솔바람 소리 있어 청아하게 울리니
이런 맑은 풍취를 어찌 말로 전하랴.
- 최충 [뜰에 가득한 달빛은] -
미사신도시와 미사북측공원 사이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구산성지는 초기 천주교의 역사를 담은 곳이다. 구산성지에서 450m가량 이동하면 근대 건축물인 구산성당이 나오는데, 1956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당초 위치에서 150m 이전 시,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레일을설치해 이전하기도 했다.
구산성지와 성당은 특히 낮보다는 밤에 보아야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활기찬 삶의 공간에서 걸음을 시작해, 구산성지에 감도는 부드러운 예전 분위기를 느끼며 미사북측공원까지 걸어서 밤의 여유를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