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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남이 Nov 26. 2021

한강을 바라보며 독특한 산세에 취하다, 검단산

옷을 한 겹씩 덧입어야 하는 계절이 오면 어쩐지 한없이 품어줄 것만 같은 산이 생각난다. 깊은 겨울잠을 준비하는생명체들을 따라 점차 고요해지는 산속을 자박자박 거니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하남의 대표 명산 ‘검단산’은 이맘때 더욱 자주 떠오르는 이름이다. 지하철 5호선 하남검단산역 개통으로 접근성이 한층 좋아진 검단산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본다.



‘광주목의 진산’에서 자연의 미를 느끼다


역사적으로 검단산은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산이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는 검단산을 광주목(廣州牧)을 지켜주는 ‘진산(鎭山)’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역시 조선시대에 쓰인 경기 광주의 지방지인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에서는 온조의 백제 건국지가 검단산 인근의 하남시 춘궁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단산’이라는 명칭이 붙은 유래는 정확하지는 않은데, 백제 시절에 검단선사(黔丹禪師)가 머물렀던 데서 검단산(黔丹山)이라고 불렸다는 설이 전해온다. 이로 인해 검단산은 신앙과 숭배의 대상으로써 하늘에 제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로도 여겨졌다.

검단산에 붙은 ‘검단(黔丹)’은 풀이하자면 ‘성스러운 제단’이라는 뜻. 한자를 직역하면 뜻이 달라지지만, 음을 통해 이름에 담긴 의미를 광의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검을 검(黔)’ 자는 단군왕검(檀君王儉)에 쓰인 ‘검(儉)’과 통하며, ‘단(丹)’은 ‘제단 단(壇)’과 연결된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도 검단산 구석구석에는 옛 시절에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바라며 제를 올리던 제단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도성을 지키는 성스러운 산은 세월의 변화와 함께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행복을 즐기고자 찾는 산이 됐다. 657m의 적당한 높이는 등산 베테랑이 아니더라도 도전하기에 무리가 없다. 대표적인 다섯 등산로인 산곡초등학교 등산로, 현충탑 등산로, 유길준묘 등산로, 아랫배알미 등산로, 윗배알미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10분 내외다. 산행 도중에 풍경을 감상하며 쉴 곳들도 곳곳에 있어 각자 체력에 맞게 산에 오르기도 좋다. 전망바위와 조망터에서는 주변 풍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다. 




탁 트인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강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닌 등산 애호가들에게도 검단산의 독특한 산세는 매력적이다. 봄에는 화사한 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은빛 억새가 기다린다. 한겨울에는 낭만 가득한 눈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검단산은 첫인상과 오르면서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 색다른 느낌을 준다. 처음에 산행을 시작할 때는 조금 거친 야산 같지만,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넓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만난다는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인다. 유유하게 흐르는 강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단산 주변에는 또 다른 산들도 인접해 있다. 팔당호 너머 예봉산과 운길산, 북서쪽으로 북한산과 도봉산 등 이름난 산의 풍경을 멀리서나마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검단산이다. 가벼운 산행이 아쉽다면 정상을 찍고 돌아 검단지맥까지 둘러보면 된다.

2021년 3월 27일에 지하철 5호선 하남검단산역이 개통하면서 검단산은 더욱더 접근성이 높아졌다. 덕분에 수도권에서 지하철로 찾을 수 있는 산이 늘어난 셈이다. 하남검단산역 3번 출구에서 산행 출발점 중 한 곳인 애니메이션고등학교까지는 도보로 약 10분에서 15분이 걸린다. 마치 준비 운동을 하듯 타박타박 걸어 만나는 검단산. 혹시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나서고 싶다면 검단산으로 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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