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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남이 Feb 25. 2021

소설가 김유정을 만나다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 「동백꽃」 중에서



김유정(金裕貞, 1908년 2월 12일)


강원도 춘천 출생 1937년 3월 29일 일제강점기 경기도 광주에서 병사



하남 속 역사인물 찾기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소설가의 혼까지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1908년에 태어나 짧은 기간 동안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주옥같은 소설을 남긴 김유정이 바로 그러하다. 경기도 광주(지금의 하남시)에서 소천해 긴 인연의 자락을 이곳에 널어 놓고 떠난 그를 만나 보자.



김유정의 마지막을 지킨 곳, 하남


 <봄·봄> <동백꽃>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유정은 천부적인 재능과 너무 짧았던 삶으로 여전히 우리 문학사에 회자되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김유정은 춘천과 인연이 깊은 소설가로 인식되어 있다. 김유정은 1908년 2월(음력 1월 11일)에 지금의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에서 태어났다. 


현재 춘천시 곳곳에는 김유정 문학촌을 비롯해 김유정역, 김유정우체국 등 그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러나 김유정과 잇닿아 있는 곳은 춘천뿐만이 아니다. 하남시 역시 김유정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춘천이 김유정을 낳은 곳이라면 하남은 그의 마지막을 지킨 곳이기 때문이다.


상경한 김유정은 재동공립보통학교, 휘문고보 등을 거치며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청년기를 보냈다. 글을 쓰고 바이올린을 켜는 등 재주가 많았지만, 그의 나이 겨우 25세에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그즈음 나왔던 작품은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등이었고 이듬해에는 충남 예산으로 내려가 금광 등을 떠돌며 <노다지>와 <소낙비> 등을 완성했다. 1935년 27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 모집에 <소낙비>가 1등으로 당선됐고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현상 모집에서는 <노다지>가 가작 입선을 했다. 그리고 김유정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문인 활동을 시작했다. <금따는 콩밭> <만무방> <산골> <솥> <홍길동전> <봄·봄> 등 소설 11편과 여러 편의 수필들이 이때 줄지어 나왔다. 


그러나 왕성한 집필 활동과는 달리 그의 병세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김유정과 하남시의 인연을 찾다김유정은 결국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지금의 하남시)으로 내려왔다. 


이곳에는 넷째 누나 유홍과 매형 유세준이 살고 있었다. 김유정은 2남 6녀 중 일곱째였는데 유독 넷째 누나와 의가 좋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자주 왕래를 한 것은 물론,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 상금으로 누님과 매형, 조카들에게 선물을 전부 따로 사줄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김유정은 요양을 위해 누나의 집에 오가면서 소설 <따라지> <땡볕> <연기>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누님과의 관계 때문일까? 그 의 소설 속에서는 하남시를 배경으로 쓰인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 종종 나온다. <만무방>에 나오는 응오의 논이 있는곳, 응오가 추수를 하지 않은 곳이 ‘응고개’인데 누님 집이 바로 산곡리 응고개(은고개) 아래에 위치해 있었던 것. <산골 나그네> 속 산골이 누님댁이 있었던 산골마을로 짐작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하남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하남문화재단과 하남문화원 공동으로 김유정 포럼을 개최, 유튜브로 생중계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하남 역사인물 포럼’은 하남지역과 연관된 문화 혹은 역사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나아가 하남시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인물로 소설가 김유정을 선정하여 그를 촘촘히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근대문학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설가 김유정. 그의 흔적이 하남시에서 보다 유의미하게 발굴되어 새로운 브랜드 자산으로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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