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미 이야기를 시작하며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외롭지만 신났던 그 기억

by 행귤

나에게 남미는 언제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연히 멕시코 사람들과 1년간 동고동락하며 (강제로) 배우게 된 스페인어, 자연 앞에서의 'sublime*'에 도취될 수 있는 원시적 감성, 그 외의 많은 것들이 모여 내게 남미를 꿈꾸게 했다. 대학 도서관에 있는 모든 남미 여행 서적을 읽으며 남미행을 꿈꿨지만 용기부족으로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해 좌절하던 중, 결국 2014년 7월 마지막 학기 늦깎이 교환학생으로 칠레에 가게 되었다. (*sublime: 대자연 앞에서 우오어어어어-! 하며 정신을 뺏기게 되는 경이로운 느낌)

칠레에서는 수업은 두 개만 듣고(그나마도 자주 빼먹었지만),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칠레에 베이스캠프를 둔 덕분에 다른 배낭여행자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여행을 즐기다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행에 지칠 때쯤 돌아올 내 집(이라고 부르긴 부끄러운 방 한 칸)이 있었고, 일상이 지루해질 때면 다시 여행을 떠났다.

나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동행자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굳이 구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 덕에 다양한 현지인 또는 한국인 여행자들과 만난 것은 축복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신기한 행운들이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녀서 여행을 다닐 때엔 정말 신이 났다.

물론 너무 외롭고 힘들 때도 많았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한국이 그립기도 했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어 앞에 무력한 나를 보거나 괜한 인종차별을 겪을 땐 정말 서러웠다. 나중에 또 외국에 나올 결심을 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에게 그러지 말라며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내가 가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고통에 몸부림쳤던 과거의 나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곳에만 간직해두었던 그 이야기를 1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