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퍼펙트 데이>
완벽한 하루, 서양판 운수 좋은 날! (스포X)
우물 속 시체가 정화불가능한 상태로 물을 오염시키기 전에 이를 건져내야 하는 분쟁지역 국제구호요원들의 치열한 싸움.
<어 퍼펙트 데이>의 줄거리는 사실 이 한 문장으로 모두 설명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아낸 각본,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는 원로배우들의 연기는 그들의 24시간 동안 나도 함께 웃고 울게 한다.
주민들의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구호요원인 맘브루(베네치오 델 토로)의 팀에게 주어진 긴박한 24시간, 의도치 않게 딸린 식구는 늘어가고 갈등은 배가 된다. 그 와중에 (삶의 터전에서 다른 선택이 어디 있으랴마는) 지뢰밭에서 소를 치는 노파처럼 분쟁지역 주민들은 UN평화군보다도 더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시끄러운 포탄 소리만큼이나 참혹한 전쟁의 그늘이 그 속엔 아직 드리워져 있다. 폭력과 돈의 질서에 익숙한 아이들,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어른들은 분쟁지역이라는 영화의 배경을 상기시킨다.
UN평화군의 원리원칙에 대한 고집과 지역주민들의 알 수 없는 훼방이 맘브루와 요원들의 하루를 더 '완벽'하게 만들고,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가슴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요원들에게 비가 내린다.
비는 모두에게 내린다. 주민들을 위해 생고생을 하는 요원들에게도, 지나치게 고지식한 UN평화군에게도, 깃발을 지키는 외로운 청년에게도,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가게 앞 어깨들에게도, 공을 차는 소년들에게도, 그리고 우물에도.
<어 퍼펙트 데이>는 총성 한 번 없이, 오히려 끊임없는 익살 속에서도 전쟁의 깊은 상처를 조용히 여운으로 남긴다. 아울러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케미가 주는 감동은 '최악의 하루에 최고의 순간을 만나다!'라는 이 영화를 향한 찬탄에 마음 깊이 공감하게 한다.
한줄평: 분쟁지역의 국제구호요원들, 테러가 일상이 된 곳에서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가슴속에 들어와 박히는 영화.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