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없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블랙미러 영업글 (스포X)
이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그것도 영국 드라마다. 섹시한 영국 발음도 기대되지만, 신선한 예고편에 더욱 기대감이 솟았다.
사실 디스토피아도 SF도 내 취향은 아니다. 나란 여자, 로코물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자이기 때문에 굳이 심각하고 자극적인 영상은 즐겨보지 않는다. SF장르는 문송합니다, 나에겐 무리데스. 게다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니, 청소년 시절은 머나먼 과거이지만 과하게 자극적인 영상물로 내 여린 정서가 다칠까 걱정이 되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미러를 본 것은 브런치에서 리뷰를 남기는 조건으로 넷플릭스 프리미엄 구독권을 하사해주셨기 때문이다. 구독하는 순간 폐인의 길로 빠질 나의 미래가 불 보듯 빤히 보여 자제하고 있었는데, 리뷰를 쓰며 무료로 구독한다면...? 그건 적어도 월 14,500원을 절약하는 폐인이 아닐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자기합리화에 성공하여 덜컥 구독권을 받자마자 보고싶은 로맨틱코미디와 애니메이션들을 먼저 섭렵하고... 밀린 숙제를 하듯 블랙미러를 검색했다.
검은 배경에 의미심장한 제목들부터 뭔가 어둡다. 내가 볼 시즌 5는 에피소드가 세 개밖에 없다. 1시간 반을 넘는 길이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각 이야기가 완전 별개인 옴니버스식 드라마라고. 영화 보듯 하나씩 보면 되니 미드처럼 한 번 정주행을 시작하면 일상생활을 못하게 하는 경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첫 도전으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보았다. 긴장이 감도는 극 분위기에 쫄보가 되어 시청했는데, 전혀 과하거나 무섭지 않은걸? 오히려 가정과 사랑, 욕망과 도피 등 철학적인 주제로도 해석할 수 있는 꽤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이것이 청소년은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의 세계인 것인가?
뒤이어 본 <스미더린>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내면서도 현재 우리의 삶과 멀지 않은, 묵직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극중 등장하는 어플과 기술들이 이미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플롯에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레이철, 잭, 애슐리 투>는 세 에피소드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역동적인 편이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춤과 노래로 나름 밝은 분위기도 났고 기승전결이 무난하여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진정한 교감과 관계에 대한 의문을 여운으로 깊게 남겼다.
어두운 미래를 비추는 검은 거울, <블랙미러>라는 제목마저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천재적인 상상력! 당신에게 블랙미러는 올여름 최고의 시리즈가 되어줄 것이다.
결론: 왜 세 개밖에 안 만들어요? 빨리 다음 시즌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이 글은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블랙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