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 아닌, 치유의 여정을 담은 영화
내가 본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탁월한 영화였다. 완성도 높은 데다가 의미도 재미도 훌륭히 담아내어, '작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다큐였다고 감히 평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무수한 개인과 가족의 삶이 아직까지도 치유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 그러나 민주화운동과 광주시민들을 폄훼하는 이들도 아직 기세등등하게 존재한다는 것... 이런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더 진실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그것을 알려준다.
1. 현대사를 다룬 다큐임에도 매우 쉽고 몇몇 장면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 지식만 있다면, <택시운전사>를 이해할 정도의 지식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
2. 전혀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 가슴 깊이 슬프기도 하다. 진실공방을 다루지만, 역사를 파헤치는 팩트체크라기보다는 역사 속 상처입은 이들을 찾아 치유하는 힐링다큐다.
3. 길지 않다. 8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기도 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더 길었어도 기꺼이 봤을 테지만... 영화는 짧고 여운은 길다.
현대사를 다룬 여타의 컨텐츠들이 해당 사건에만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그 사건을 겪어낸 사람들의 삶과 현재를 조명한다. 영화라는 게 드라마적 요소를 강조하는 매체이다 보니, 아무리 현대사를 다룬다 해도 슬프고 억울한 마음, 그리고 국가유공자에게 품는 숭고한 존경심만 불러일으키는 데에서 그치기 십상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과거 한 때의 이야기로 마무리지어진달까. 그러나 이 작품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공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이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들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몇 안되는 상영관이지만, 자극적인 재미와 감동이 범벅된 많은 영화들 속에서 이 작품이 잘 살아남아 오래오래 걸려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다.
한줄평: 팩트체크를 통해 광주의 수많은 '김군'들과, 유가족과, 사회를 치유하는 훌륭한 작품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