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모님과는 보지 말 것
버스와 택시에 어마어마하게 광고를 때려대기에, 꼭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본 영화, <롱샷>. 광고대로 ‘이 세상 로코가 아닌, 핵폭탄급 꿀케미 잼난 영화’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슬랩스틱부터 사회풍자까지, 작정하고 웃기려고 만든 게 느껴진다.
주인공 낯이 익다 했더니 유서 깊은 병맛영화 <그린 호넷>과 <디 인터뷰>에도 나온 세스 로건이로구나.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처절한 루저 연기는 언제 보아도 육성으로 웃게 된다. 우아한 비주얼과 달리 허당 병맛 제대로 보여주는 또다른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을 비롯하여, 조연들의 능청 연기와 대사도 빠뜨릴 수 없는 깨알 재미다.
교양 있는 현대인인 내가 이런 것에 웃다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원시적이고 유치한 개그이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급습하니 관객석은 내내 폭소다. 아무 생각 없이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런 걸 보면 생각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병맛영화인지도 모르겠다.
현 정부나 실제 사건과는 전혀 개연성 없는 가상의 이야기라서 마냥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언론과 정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약간은 뻔하지만, 극 중 성숙해가는 캐릭터들도 감동이고 로맨스도 나름 달달하다. 웃긴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제 몫을 하는 진지한 매력도 있는 친구랄까. 아무튼 코미디 본연의 역할에 맞게, 저질개그가 주는 엔돌핀 충전엔 그만이다.
저질 개그와 적나라한 표현들로 부모님이나 썸남/녀와 가면 민망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하지만 난 썸남 따위 없으니 단점 없는 영화로 쳐주도록 하겠다. (눈물부터 좀 닦고.)
롱샷이라는 단어가 뭘까 했는데, Unlikely but NOT Impossible이라고 한다. 가망은 없어보이나 그렇다고 또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롱샷을 보기 좋게 성공시킨 프레드 플라스키(극 중 세스 로건)처럼, 대책 없고 근본 없는 삶을 살아볼까 싶다. 성공은 모르겠고 적어도 웃길 순 있을테니.
한줄평: 병맛 꿀잼 보장, 시원하게 웃고 가세요!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의 시사회 초대를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출처: 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