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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Jul 21. 2020

창업, 혼란하다 혼란해

혼란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훈련

예비창업자라 칭하기도 부끄러운 예비예비창업자인 나. 사업을 구체화하기 전인 초기 단계라 혼란한 줄만 알았는데 구체화를 시도할수록 더욱 혼란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왜 사람들이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안 했는지 알 것만 같은 막막한 데이터만 쌓이고, 혼란할 필요 없이 창업 자체를 시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간단한 결론이 도출된다. 그럼에도 벌써 포기하기엔 창피하니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본다.


과연 이 사업은 사회적으로 재무적으로 성과를 거둘까? 그러기 위해 지금은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다음은 뭘 해야 하나?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구인가? 존재론적 물음까지 던지는 창업이야말로 이 시대의 철학의 길이 아닐까?


트렌드를 읽어야 하지만 유행만을 타면 안 되고, 사업 본연에 충실해야 하지만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창업생태계의 미생물 수준인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클래식하지만 모던한 콘템포러리 아트 같은 이야기이다. 분명 의미 있는 조언일 텐데 남이 하는 소리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내 생각을 고르기도 전에 어느새 해가 저문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까? 축하합니다. 혼란이 5배가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사회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을지, 과정과 의도가 모두 선한지에 대한 고민이 추가되면 남부럽지 않은 혼란 부자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나를 향해 던질 질문들로, 내가 나를 먼저 공격한다. DIY 맘고생은 창업의 필수 스킬.


아무튼 혼란은 모두가 날 떠나도 충성스럽게 내 곁을 지킬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의심을 해결하고 창업을 하려면 이번 생에는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혼란에 익숙해지는 것만이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느 정도는 타협하되 위선자는 되지 말아야지.


어차피 혼란한 세상, 나만 혼란한 것 아니니 오늘도 열심히 일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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