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이 아닌 전우애가 넘치는 훈훈한 창업생태계
창업 지원금이 걸린 공모전에 연거푸 떨어지던 몇 개월 전만 해도 다른 창업자는 내 지원금을 가로챈/가로챌 경쟁자로만 생각되었다. 창업생태계의 미생물 격인 나이기에 다른 창업자들을 볼 때 위축되기도 했다.
당당한 사업발표, SNS에 올라오는 자신감에 찬 그들의 말투와 새로운 활동들은 빛나기만 한다.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고 걱정도 없는 것 같다. (이건 아직도 그렇긴 하다. 쳇)
하지만 조금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같은 고민을 한다는 동질감,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안도감, 그리고 무엇보다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꿀정보와 격려에 금방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길이 얼마나 막막한지 알기에, 뭐라도 도움될 정보와 한 마디 격려를 보태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위로되는 말은 ‘맞아요, 저도 그래요.’이다. 크흡 왜 진작 말 안 했어요... 저만 힘든 줄 알았잖아요...
서로를 물어뜯기 일쑤인 대학교 발표수업에 익숙해진 탓일까. 이런저런 기회로 사업에 대해 발표할 때면 (각오하고 있는) 심사위원보다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료평가가 더더욱 긴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 긴장된 자리에 서는 사람들이라, 배려가 가득 담긴 질문과 피드백을 준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엔 더이상 발표가 많이 무섭진 않다. 고마워요, 발표 울렁증을 치유해준 다른 대표님들.
게다가 소셜 섹터의 창업은 사회문제의 양상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빛을 내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협업하면서 더 큰 임팩트를 내기도 한다.
얼마 전 참여한 최종발표회에서 한 소셜벤처 창업자가 동료들에게 남긴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저도 열심히 버틸 테니까 다른 대표님들도 잘 버텨서 나중에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같이 창업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고민하는 나에게 저 말은 조금 더 버텨볼 힘을 주었다.
아무튼 네트워킹을 완강히 거부하던 사회부적응자가, 지금은 창업생태계의 전우애에 매료되어 이런 감성글을 쓰다니 놀랍다. 창업해서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건 이런 따뜻한 전우애를 경험해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