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터 관공서까지, 모든 게 이루어지는 쎈뜨로(Centro) 탐방기 ①
쎈뜨로(Centro)는 말 그대로 산티아고의 중심(center)이 되는 넓은 구역을 가리키는 말로, (이제는 관광지로 더 많이 찾는) 옛 정부기관들과 각종 재래시장들이 낡은 향수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종로와 너무나 비슷하다. 칠레에 사는 동안 쎈뜨로는 그 어디보다 자주 들락거리긴 했지만, 사람이 많고 치안이 그리 좋지 않은 이곳에서 카메라나 휴대폰 같은 소지품을 내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실제로도 쎈뜨로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다가 날치기에게 허망하게 휴대폰을 뺏긴 지인이 있기도 하고, 짐이 많아 낑낑대며 걸어가는데 오히려 가방을 털어갔다는 이야기도 들으니 내가 이 곳의 치안상태를 과소평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찍은 몇몇 사진들과, 중앙우체국(Correo Central)에 그림으로 그려진 몇몇 관광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르마스 광장, 쁠라자 데 아르마(Plaza de Armas)가 산티아고의 중심에 있는 광장이라는 이유로 과한 기대를 했다간, 잡상인과 비둘기, 떠돌이 개들만 가득한 몇 평 안 되는 그 소박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내가 칠레에 있는 동안은 아르마스 광장을 내려다보는 상징적인 건축물인 산티아고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Santiago)마저 공사 중이어서, 사진으로 가짜 외관을 세워두었던 터라 더더욱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그 옆에 있는 장엄한 중앙우체국 건물이 더 멋있었다. 칠레 친구가 이런 건물 양식이 스페인 식민지 시대 때 만들어진 'Colonial' 양식이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다른 양식들과 뭐가 다른지 구분할 정도로 건축양식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당시 칠레 원주민들이 만들어냈을 만한 스타일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Correo Central 내부는 의외로 한산했고, 의외로 정상적인 우체국의 업무가 돌아가고 있어서 여러 번 한국으로 편지를 보낼 때 이용하기도 했다. 엄청난 규모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까지 휑하니 뚫려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테이블에 우편업무와 관련된 역사적인 물건들을 전시해놓기도 했고, 한 켠에는 산티아고의 유명한 관광지를 예쁘게 그려놓은 그림도 있다. 관광객들이라면 딱딱한 지도보다는 이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굉장히 좋을 듯하다.
커다란 규모와 안 어울리는 대여섯 개의 소박한 창구 반대편에는, 규모는 작아도 나름 유서 있는 우체국 박물관이 있다. 옛 우체통의 모습과 옛날 우체국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박물관의 한 켠에는 세계 각국의 우표가 전시된 구역도 있었다. 칠레에서 우리나라의 우표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을 보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독립운동가 유관순/안중근부터 역대 대통령과 88올림픽까지 건국 이래 모든 기념우표가 다 모여있는 것은 적잖이 놀라운 일이었다.
중앙우체국은 쎈뜨로의 다른 관광지들과 달리 깨끗하고 한산한 데다가, 바로 옆에 관광객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기 때문에 쎈뜨로 관광의 시작점으로 좋은 장소이다. 시끌벅적하고 부산스러운 시장이나 거리를 다니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