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터 관공서까지, 모든 게 이루어지는 쎈뜨로(Centro) 탐방기 ②
*휴대폰을 도난당하지 않으려고 아예 꺼내지 않았더니 찍은 사진이 없다. 인터넷에서 찾은 배포 가능한 사진으로 대신한다.
위아래로 길게 뻗은 넓은 국토의 한 면을 차지하는 광활한 바다만 보더라도, 칠레의 해산물 시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Mercado Central은 이 해산물들을 취급하는 칠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이며, 신선한 재료와 저렴한 가격으로는 일본 쓰키지 시장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곳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일반적인 칠레 물가가 워낙 비싸서 이곳의 해산물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품질을 감안하면 절대적 가격으로 봐도 굉장히 싸다.
이 곳에서 살면서 듣기로는 칠레에서는 전복을 먹지 않기 때문에 (수출을 위해 따오는 자연산 전복을) 아주 싸게 구할 수 있고, 손질 후 버려지는 생선 알이나 내장도 공짜, 또는 푼돈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인식당에서 이것들을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들도 가격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고.) 요리를 잘 하는 한국인 친구 한 명이 이곳에서 가져온 재료로 밥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신선한 재료 덕분인지 한국에선 잘 먹지도 않던 알탕/내장탕을 국물까지 비웠다. 내가 조금만 더 요리를 잘 했어도 이곳의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것들을 해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생동감 넘치는 재래시장을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나를 비롯한 많은 관광객을 위해서, 메르까도 쎈뜨랄에는 생선 매대뿐 아니라 신선한 해산물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즐비해있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조잡한 음식점에서 소금 소태 같은 음식을 먹는 것치곤 가격이 너무 비싸긴 하지만, 현지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끼고 싶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분위기를 느껴보겠다고 시장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쿵짝거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돈을 요구하는 어쭙잖은 밴드가 당신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 곳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으로는, 우리나라의 해물탕 같은 소파 데 마리스꼬(Sopa de Mariscos)가 있다. 하지만 칠레의 모든 음식은 정말 간을 짜게 하니 이 곳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 때 'Sin sal, por favor(씬 쌀, 뽀르빠보르; 소금 치지 말아주세요)'라는 입버릇을 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나도 멋모르고 시켰다가 바닷물을 그대로 내온 듯한 음식에 충격을 받고 조갯살만 발라먹으며, 왜 국물을 안 먹냐는 칠레 친구에게 '난 원래 국물을 안 먹어~'라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오지랖 넓은 웨이터는 '이건 국물을 위한 요리인데, 안타깝네요'라는 애정 어린 잔소리를 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국물요리를 피하려고 게살 감자죽(Chupe de jaiba)과 세비체(Ceviche; 페루의 회 요리), 붕장어 튀김(Congrio frito) 등을 시켰는데, 이것도 역시 다 식어 나온 요리가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넘나드는, 말도 안 되는 물가를 자랑했다. 그리고 칠레에서는 메뉴를 막론하고 소금을 아주 관대하게 사용한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 Markus와 주영이와 함께 Mercado Central에 놀러 갔다. 일찍 도착해서 중앙우체국 구경을 좀 하는데 비가 심해졌다.
Mercado Central은 해산물과 생선을 파는 곳인데 역시 가격이 싼 편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기에 대충 둘러보다가 중앙에 오픈되어있는 식당에 앉았다.
엠빠나다 에피타이저와 식전빵, 세비체와 튀긴 congrio, 그리고 게살 Chupe를 먹었는데 일단 맛은 있었지만 내겐 너무 짜고 비싸서 조금은 아쉬웠다. 한 사람당 10,000페소(2만원) 정도 냈으니..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시끄럽게 마음대로 노래를 해 놓고 팁을 요구하는 무례한 마리아치들이 있어서 제대로 대화도 못 하고, 비가 와서 춥고 바닥이 축축하기까지 해서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마리아치가 입장하지 않는, 그리고 바닥이 깨끗한 실내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sin sal(간 하지 말아주세요)로 주문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2014년 8월 24일 일기에서
우리나라의 소래포구, 자갈치시장 같은 칠레의 메르까도 쎈뜨랄. 볼 게 별로 없는 산티아고지만 이곳만큼은 비릿한 바다 내음과 활기 넘치는 시장의 모습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관광지이므로 꼭 가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