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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Jan 03. 2022

새해에는 엄마를 더 많이 울리고 싶다.

https://brunch.co.kr/@hanania76/263

친정엄마에게 편지 한 통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더니, 많은 작가님들이 ‘엄마에게 꼭! 읽어드리라’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엄마 얼굴을 마주하고 읽어드릴 자신이 없었다. 아마 ‘사랑하는 엄마에게..’를 읽는 순간 이미 눈물이 터져 목이 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편지를 예쁜 봉투에 넣어 만반의 준비를 해둔 채 며칠을 보냈다. 고민 고민하다가, 고1 딸 세아 찬스를 쓰기로 마음먹고 편지를 세아 책상 위에 스리슬쩍 올려두었다. 세아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흔쾌히 울보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께 읽어드리겠다고 했다.


주말, 외할머니 집으로 출발하는 세아를 붙잡고 “세아야, 무조건 담담하게 읽어야 해? 할머니 눈 쳐다보지 말고, 편지지만 보고 무조건 담담하게! 알았지?!”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세아를 보내고 홀로 소파에 앉아 엄마와 세아의 모습을 상상하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세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잠시 뒤, 카톡이 울렸다.

할머니 듣고 눈물 흘리심 ㅠ 엄청 담담하게 읽고 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눈물 닦으셔서 저도 같이 울었어요. ㅋㅋㅋ ㅠㅠ
할머니께서 너무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셨어요..!


카톡을 받고 나도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뒤 세아가 빨개진 눈으로 돌아왔다.


“에고, 세아야, 정말 고마워. 수고했어.”

“엄마, 할머니 우시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세아를 꼭 안아주고, 얼른 마트에 나가 딸기 한팩을 사들고 엄마 집으로 갔다. 혹시 울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저 왔어요!”

“응, 어서 와! 아이고 또 딸기 샀어?”


탁자 위를 보니, 내 편지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 세아가 나간 뒤 줄곧 읽고 또 읽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니, 편지를 왜 그리 잘 썼어?

옛날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나네”

“에고 엄마, 그만 읽으셔.”


편지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엄마와 최대한 눈도 맞추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만 빙빙 돌려 나눴다.


“엄마! 우리 사진 하나 찍을까?

딸기팩 위에 손 한번 올려보세요.”

“이렇게?!”


엄마 손 위에 내 손을 살포시 올렸다. 이제는 칠순이 되신 엄마의 손과 어느덧 중년이 된 나의 손.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가 엄마 손 주름 사이사이로 흘렀다. 고단했던 세월의 흔적이 엄마 손 마디마디에 새겨져 있었다. 엄마는 새벽마다 건물 청소 일을 다니셨는데, 특히 겨울철 건물 화장실 청소를 가장 힘들어하셨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신 엄마의 손은 나무처럼 단단하고 거칠었다.


 작은 손으로  남매를 키워내셨구나 생각하니, 엄마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엄마 손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새해에는 엄마를  많이 울려야겠다고.. 감동으로.. 사랑으로.. 엄마 눈에서 행복한 눈물이 흐르 흐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엄마!
새해에는 엄마 더욱 행복하게 해 드릴 테니
엄마는 다른 건 생각 마시고
오직 건강만 신경 쓰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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