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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에게 편지 한 통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더니, 많은 작가님들이 ‘엄마에게 꼭! 읽어드리라’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엄마 얼굴을 마주하고 읽어드릴 자신이 없었다. 아마 ‘사랑하는 엄마에게..’를 읽는 순간 이미 눈물이 터져 목이 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편지를 예쁜 봉투에 넣어 만반의 준비를 해둔 채 며칠을 보냈다. 고민 고민하다가, 고1 딸 세아 찬스를 쓰기로 마음먹고 편지를 세아 책상 위에 스리슬쩍 올려두었다. 세아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흔쾌히 울보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께 읽어드리겠다고 했다.
주말, 외할머니 집으로 출발하는 세아를 붙잡고 “세아야, 무조건 담담하게 읽어야 해? 할머니 눈 쳐다보지 말고, 편지지만 보고 무조건 담담하게! 알았지?!”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세아를 보내고 홀로 소파에 앉아 엄마와 세아의 모습을 상상하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세아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잠시 뒤, 카톡이 울렸다.
할머니 듣고 눈물 흘리심 ㅠ 엄청 담담하게 읽고 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눈물 닦으셔서 저도 같이 울었어요. ㅋㅋㅋ ㅠㅠ
할머니께서 너무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셨어요..!
카톡을 받고 나도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뒤 세아가 빨개진 눈으로 돌아왔다.
“에고, 세아야, 정말 고마워. 수고했어.”
“엄마, 할머니 우시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세아를 꼭 안아주고, 얼른 마트에 나가 딸기 한팩을 사들고 엄마 집으로 갔다. 혹시 울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저 왔어요!”
“응, 어서 와! 아이고 또 딸기 샀어?”
탁자 위를 보니, 내 편지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 세아가 나간 뒤 줄곧 읽고 또 읽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니, 편지를 왜 그리 잘 썼어?
옛날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나네”
“에고 엄마, 그만 읽으셔.”
편지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엄마와 최대한 눈도 맞추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만 빙빙 돌려 나눴다.
“엄마! 우리 사진 하나 찍을까?
딸기팩 위에 손 한번 올려보세요.”
“이렇게?!”
엄마 손 위에 내 손을 살포시 올렸다. 이제는 칠순이 되신 엄마의 손과 어느덧 중년이 된 나의 손.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가 엄마 손 주름 사이사이로 흘렀다. 고단했던 세월의 흔적이 엄마 손 마디마디에 새겨져 있었다. 엄마는 새벽마다 건물 청소 일을 다니셨는데, 특히 겨울철 건물 화장실 청소를 가장 힘들어하셨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신 엄마의 손은 나무처럼 단단하고 거칠었다.
이 작은 손으로 삼 남매를 키워내셨구나 생각하니, 엄마의 고귀한 사랑과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엄마 손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새해에는 엄마를 더 많이 울려야겠다고.. 감동으로.. 사랑으로.. 엄마 눈에서 행복한 눈물이 흐르고 또 흐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엄마!
새해에는 엄마 더욱 행복하게 해 드릴 테니
엄마는 다른 건 생각 마시고
오직 건강만 신경 쓰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