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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호 Feb 18. 2018

분청사기, 그리고 일본

일본을 여행하며 만나는 그릇, 분청사기



분청사기 분장무늬 대접, 가키노헤다 다완조선, 16세기.<사진출처- 도쿄고토미술관>

 [출처] 원조 한류 스타, 분청사기의 자유분방함에 빠져봅시다!|작성자 문화재



분청사기


조선 전기(15~16세기)에 상감청자 장식기법의 전통을 계승하여 회청색의 태토 위에 백토니를 상감하거나 분장한 자기(출처: 다음백과사전).




임진왜란, 정유재란.

15~16세기.


포르투갈을 통해 축성술과 조총의 기술을 충분히 배워왔던 왜(倭).


조선침략으로 왜는 도자기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기존에 뚫어놨던 유럽으로의 무역루트에 도자기를 더한다. 아니 도자기를 주로 무역하게 된다.


그들이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기까지 수출의 큰 공을 세운... 흑자 무역의 큰 축이었던 일본의 도자기.




나라옛길 밤거리


지난 2월 중순, 백제의 기술을 많이 이용해, 장안(長安)을 본떠서 만든 일본의 옛 수도 나라(奈良)를 다녀왔다.


이 곳에서 절만큼이나 많이 봤던 일본의 '막사발'을 보자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일본에 여행하며 새하얗고 화려한 백자보다 수더분하지만 자연스러움 아름다움이 매력인 조선의 '막사발'과 같은 분청사기를 많이 보게 된다. 


멋진 분청사기... 혹은 그릇이라 하면, 흔히 찻사발...

抹茶(막차) 사발을 생각할 수도 있다.


나라의 한 신사 박물관의 찻집에서 만난 막차. 함께나온 떡이 마치 술떡에 팟고물이 들어간 맛이었다.




위와 같이 폼 잡지는(?) 않더라도...


조선 유례의 일본의 분청사기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지방의 도공들이 많이 끌려갔고, 당시 조선왕실은 백자를 활용하고 서민들은 분청사기를 많이 썼다고 하던데... 그런 분청사기가 요즘 한국에서는 실생활에서 많이 보기가 힘들지만, 일본에서 여행하면서는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괜찮은 음식점이라면 그 음식점 만의 그릇을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그러한 그릇이라면 대부분이 분청사기가 대부분이었다. 고도(古都) 나라(奈良)의 옛 길을 밤에 산책하며 들린 180년 전 만들어진 쌀 창고를 개조한 선술집에서 쓰인 술잔도 분청사기였다.


나라의 조그만 선술집에서 따라주던 정동주전자(?)와 정종잔


보통 일본에서 정종을 마실 때는 주둥이 쪽이 좁은 백자 도쿠리를 쓰기 마련인데, 나라에서는 조금 특이하게 분청사기로 된 쉽게 만들어낸 듯한 그릇을 내놨다. 보통 도쿠리를 쓰는데 굳이 이것을 쓰는 이유를 물으니,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고 원래 그것을 써 왔다는 답변과 옆에 앉아 술 마시던 손님은 씻기 편하고 좋다는 의견을 보내주기도 하는 다소 싱거운 이유를 듣기도 하였다.


이 그릇은 한 가계에서 소유하는 모든 그릇의 모양이 각기 달랐다. 그릇 아래에 찍히는 어느 도요에서 만들었다는 낙관조차 없는 그런 공산품(?)이었다.


난 이 그릇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삼각형으로 구부러진 다완을 잡으면 찻물(혹은 술)이 나오는 주둥이 아래에 적당한 손잡음이 좋은 멋진 그릇... 불과 유약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그 손잡이와 큰 기교 없이 만든 그 찰흙의 눌림으로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그릇의 실용성... 비록 찻물이 떨어질 때 완벽하게 한 방울까지 흘리지 않는 섬세함은 없지만 왠지 인간적인 이 그릇의 매력


그 선술집 주인에게 부탁해서 3,000엔에 한 세트를 구입해왔다.



분청사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왜군 장수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랬다고는 하기도 하지만, 조선의 '막사발(혹은 제기라는 말도 있음)'에 그렇게 미친듯이 매료되었던 '자연스러움'을 일본을 여행하면서 자주 접하곤 한다.


꼭 차를 마셔서가 아니라, 실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청사기의 멋.

그런 소소한 멋을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왜구들이 많은 도공과 기술자들을 잡아서 일본으로 돌아갔겠지...


정종을 즐기진 않지만, 일본을 여행하다가 술잔을 몇 개 사 온 적은 있다.


2005년이었던가? 도쿄의 한 쇼핑몰에서 샀던 기억이 있다.


검은색 매끈한 유약을 바르고, 사방에 하얀 점으로 포인트를 준 술잔


2009년 나고야의 한 쇼핑몰에서 구입한, 세련된 유약과 마감으로 멋을 낸 술잔


 매끈한 유약 그리고 입이 닿는 부분과 손이 닿는 부분의 책 차이를 두어 멋을 낸 술잔. 

조선으로부터 배운 분청사기의 기술이 응용된 형태의 그릇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 개 모두 낙관이 찍히지 않은 공산품이고,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기성품이다.


약 400년 전 조선의 막사발을 보면서 감탄했던 왜구들과 같이, 이젠 일본의 생활식기에서 그 멋에 감탄하는 나를 보면서 씁쓸함과 함께 생활안에 멋을 생각한다.


< 물론 분청사기와 일본의 생활도자기의 멋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고, 이미 한국의 생활도자기들은 수준급의 도자기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



2018년 나라여행에서 매우 귀한 인연으로 얻은 술(?)잔


생활도자기... 

생활 안에서 멋들어지게 즐길 수 있는 도자기...

소소한 아름다움과 편의가 함께 공유되는 도자기...


그럼, 그 도자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를 좋아하는 큰 딸과 꽃차


딸과 함께 차 한잔...

밥 한 공기...


그것을 즐기는 것...


곧, 행복을 느끼는 것...

느끼기 위한 것...


그것을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그리고, 둘째 딸과 함께 만든 계룡산 도요의 그릇...


2017년 여름 계룡산의 한 도요에서 만든 그릇...


이렇게 소소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한 것...

그런 소소한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회였다는 것?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나로부터...





뜬금없이 그렇게 분청사기에 대해 혼자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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