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 진 시
지난 금요일 한국노년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차 연대에 들렀습니다.
법인 이사장실에 함께 있는 윤동주기념관에 들렀습니다. 엄청나게 화려한 건물들이 많지만, 법인의 장이 있는 방을 이곳에 둔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윤동주.
일본에 유학하며 더욱 가까이 다가갔던 그.
그의 평전을 읽으며, 그가 1917년생, 일본의 왕력으로는 大正5年이라는 사실, 특별양호노인홈에서 근무 시, 그와 같은 나이의 어르신을 보고 멍~~~해지던 그 기분...
살아계셨다면 이 분과 같은 나이겠구나 하는 아쉬움.
그리고 찾아가본 옛 후쿠오카형무소(큐슈 후쿠오카에 있음. 지금은 주택가와 소년범들이 교도소 가기 전 교화시설이 자리잡아 있음)
그 중 유학하며 허무함을 공유하게 해주는 ‘쉽게 쓰여진 시’.
쉽게 씌여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람내 포근히 풍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그 중 나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찌르는 한 문장.
육첩방은 남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