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3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나는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배려할 것. 예의를 지킬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잊지 않을 것.
이 단순한 원칙들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너무 쉽게 잊는다.
누구에게 배려를 베풀어야 하는가.
누구 앞에서 예의를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리는 매번 고민하며, 조금 더 나아 보이기 위해 '사람인 척' 한다.
그렇다. 우리는 종종 '사람'이라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채 살아간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무한한 배려를 보여주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 앞에서는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한다.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상대에겐 정중함을 갖추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가장 소중한 ‘나’는 점점 사라져간다.
이런 삶은 때때로 고통스럽다.
인정을 갈망하지만, 그 인정은 늘 조건부다.
사회라는 구조는 우리에게 증명을 요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배려를 포기하지 않고, 예의를 선택한다.
그러나 과연 그 배려는 순수한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조차 배려라 부른다면, 그것은 결국 대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사회는 그런 이중적인 정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예의란 또 어떤가.
사전적 정의는 '존경의 뜻을 예로써 나타내는 태도'다.
말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사상과 행동을 가진 사람에게도, 부당한 언행을 일삼는 상사에게도,
우리는 '예의'라는 이름의 포장을 씌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사회는 그런 곳이다.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하는 척, 견딜 수 없어도 버텨내야만 하는 곳.
범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배려도, 예의도,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도 저버린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세 번째 조건, 나 자신을 생각하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건이 가장 어렵다.
배려와 예의를 선택하면서 동시에 나를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그런 삶을 사회는 이기적이라 부른다.
돌을 던지고, 손가락질하며,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올바른 삶이라고.
그렇다면,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스스로의 가치를 명확히 아는 것.
둘째,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
셋째, 사랑할 것. 그것도 타인이 아닌, 자신을.
스스로의 가치를 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꿈꾸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존재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자명한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적다.
몸이 아파도 참고, 마음이 무너져도 숨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만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해주지 않으니, 내가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랑이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조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감정, 사랑.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작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자신의 외모, 상황, 실력, 부족함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책하며 사랑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세상이 주는 질타와 무례함 속에서도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성취 앞에서 “잘했다”고, 실패 앞에서도 “괜찮다”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말을 해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사랑은 쉬운 단어가 아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가볍게 말하지만,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어렵고,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대여, 자신을 사랑하라.
스스로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
스스로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말라.
그대가 존재하기에, 세상에 작은 배려가 생겼고
그대가 있기에, 예의라는 질서가 유지되며
그대가 있기에, 이 세상은 결코 텅 비어 있지 않다.
사랑이 시작이다.
그대는 사랑으로 태어났다.
비록 원치 않은 생명이었다 해도,
그대는 열 달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되지 않은 존재였다.
세상은 때때로 등을 돌릴 것이다.
버려졌다는 감각, 외면받는 현실 속에서
“왜 나만?”이라는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해변의 모래를 모두 셀 수 없어도, 그 모래는 존재한다.
산의 나무를 다 헤아릴 수 없어도, 그것들은 분명히 그곳에 있다.
그대도 그렇다.
셀 수 없는 사람들 속, 단 하나의 존재로.
그대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결국 그대 자신뿐이다.
그대여, 스스로를 지켜라.
그대여, 스스로를 믿어라.
그리고 그대여, 사랑으로부터 멀어지지 말라.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그대를 사랑할 때,
비로소 세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