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고 말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신경 쓰지 마’ 요즘 우리 막내 세콩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에 나오는 말이다. 별거 아닌 말이지만 우리는 과연 저 문장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제때에 쓰고 있을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험들을 한다. 독서나 음악 듣기, 혼자 티비 보기, 혼밥, 혼술 등 오롯이 홀로 경험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경우 우리는 상호 관계를 통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은 때로는 황홀하고 행복하며 환상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억울하고 슬프고 화나기도 한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살아가는 경험이고 상호적이며 배타적이기도 한 우리네의 삶이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괜찮은 척하는 것일까? 나라는 존재는 그다지 맘이 넓지 않아서 괜찮다는 말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하기도 한다. 아직 어리석게도 어린이의 껍데기를 다 벗지 못한 내 감정의 주머니는 가끔 통제되지 않거나 걸러지지 않은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쏟아 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감정들은 나에게 온 그 상황에 대한 것뿐 아니라 그동안 내가 맺혔던 것. 다른 말로 뒤끝이 있어서 과거의 모든 일들까지 들추어내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사실 별거 아닌 문제들이 훨씬 많다. 그저 허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내 자존감을 건드리는 것 같은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내 감정은 더욱더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정말 괜찮은 걸까? 이 질문에 대답은 ‘그렇다’이다. 내 문제로 나에게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을 쏟아 내는 것. 상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건 지양해야 할 나의 문제다. 쿨 하게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담하게 혹은 약간의 격앙된 감정으로 말해도 괜찮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만이 답은 아니며 꼭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쿨하게 그래 고마워하고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해도 괜찮다. 다 괜찮다. 너무 나의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괜찮다고 했다면 괜찮은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자. 다만, 우리가 할 것은 괜찮다고 이해해 준 그 사람에게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 그뿐이 아닐까?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리고 누구는 그 실수에 당한다. 나도 실수를 하고 내가 아닌 누구도 나에게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이해는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우리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점점 자기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 나의 피해가 마치 공격당한 것처럼 느끼고 다시 상대를 공격하려고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좀 더 이해를 한다면 어쩌면 지금 보다 한발 아니면 한치라도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잘못을 다 용서하라는 것이 아니고 잘못한 걸 용서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실수한 것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양보한다면 어떨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신경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