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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숨 May 08. 2020

Prologue, 셋_

다락방

  그저 다락방 하나가 필요했다. 아니, 잠시나마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미국에 살면서 지하실과 차고는 남자들의 공간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 공간이 오롯이 자기에게 위안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쉼을 주는 공간일 게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점점 느끼고 있다.

 

  나에게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는 것.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그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고 그런 공간 역시 분명히 필요하다. 공동의 공간일지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공간. 한 편의 생각으로는 그런 공간들 역시 충분하지 않아 현대인들이 점점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일까?


  외부와 단절된 공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통제하에서는 은밀한 공간이 된다. 물론 은밀하다는 것의 조건이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유입도 통제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자 있는 그 공간 자체는 은밀함이 녹아든다. 은밀하다는 말의 어감이 굳이 밝게 들리지 않겠지만 그런 은밀한 공간에서의 시간들은 은밀함을 낳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엉킬지 몰라도.. 그 엉킴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는 그곳이, 그리고 그 엉킴을 풀어나가는 그 과정이 은밀한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아니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외로움과 고독을 버티고 즐기는 인간이 얼마나 된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없는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뱉는 말의 이전에 내가 스스로 곱씹고 생각하고 화를 다스리며 슬픔에서 벗어나는 시간들. 그것들이 정리가 되고 내 감정을 추슬러서 통제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것이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듯이 상황과 감정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술술 풀려나간다.

  

  다락방이 필요했다. 뭔가 꼬인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생각하고 고민하고 풀어나가기엔 주변이 너무나 화려했다. 시끄러웠다.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락방을 찾아봐야겠다. 그것이 공간이든 도구든 아니면 별거 같지 않은 어떤 행동일지라도 그것이 위안이 되고 내 감정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니깐.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말이다.




  프롤로그의 세번째 이야기는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셜미디어랑은 뭔가 차별화가 있고 또 예전에 잠시 머물렀던 텀블러 같은 곳의 느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해 본 바로는 대부분 그 곳을 안식처로 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뭔가 속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 

  현실에서 만드는 공간은 이룰 수 없었기에 가상의 공간을 빌려보기로 마음 먹고 도전했고 이제 시작점에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애착인형, 어른들의 수집 혹은 취미처럼 현실 속에서 현실과 다른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고 그 곳을 왠지 모르게 다락방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곳은 나의 다락방. 이제 나만의 공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Photo by Andrew L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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