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딱 13초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
※ 이 글은 Bite.works에 기고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각잡고 한 번 더 들어보았다. 총 13초 걸렸다. 그렇다. 이 노래는 작년에 아이즈원이 발매를 무기한 연기한 첫 정규 앨범 ‘Bloom IZ’의 타이틀곡이자, 현재는 이 세상에 단 13초만 존재하는 곡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2019년 올해의 노래’로 뽑힐 자격이 충분하다. 작년 K팝 시장을 본 사람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2020년 1월 6일,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은 해체했다. 하지만 <프로듀스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은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구치소에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안모 PD와 김모 CP는 이 두 그룹의 멤버를 전부 조작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대국민오디션 사기극의 뿌리를 파낸 주체는 누구일까? <프로듀스X101>이 끝나자마자 의혹을 제기한 팬 연합이었다.
한 그룹의 해체, 그리고 한 그룹의 강행. 이는 정확히 소비자운동이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정확히 무엇에 대해 저항한 것일까? 2019년 한 해 동안 목격했던 K팝 시장의 윤리적 붕괴에 저항한 것이다. 그 화려한 면면은 다음과 같다: 버닝썬, 정준영 단톡방, 프로듀스 시리즈. 그리고 이어진 총 9명의 아이돌그룹 멤버 탈퇴.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부재를 아쉬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K팝 시장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윤리적인 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언제나 대중보다 느리게 윤리를 따라잡는다. 2019년은 어느새 자신들보다 아득히 앞서가 버린 대중을 따라잡느라 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해였다.
그러나 소비자운동이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아이즈원이 해체하지 않았다는 게 증거다. 소비자가 아무리 윤리적 경영을 외친다 한들 공급자가 ‘사과’와 ‘적절한 보상’ 정도의 흐릿한 단어를 언급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에서 어떻게 더 행동할 수 있을지 망연해진다. 프듀 숙소 디오니소스 상 앞에서 촛불시위하기? 국민청원 올리기? 안모PD 재판 단체 방청?
그러거나 말거나 팬들은 13초 하이라이트 메들리의 전곡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사실은 나도 좀 좋다. 그동안 아이즈원이 발표한 노래는 전반적으로 훅에서 힘이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노래에서는 고양적일 정도로 힘있게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선율은 멋지게 비장하고, 다소 슬프기도 하다. 아이즈원 특유의 힘차고 거침없는 소녀 같은 목소리도 정점에 달했다(13초만 들었지만… 오타쿠는 알 수 있다).
이 노래가 좋은 노래고, 듣고 싶은 노래라는 사실이 짜증 난다. 사실 프로듀스 시리즈도 잘 만든 상품이었다. 이제 우리는 상품에 뭘 요구해야 하나. 일단 이 노래의 전곡이 발표될 때 춤 좀 춘 다음 고민해 보자. 마침 제목도 축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