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안 Feb 01. 2020

2019년 12월의 노래: IZONE-Fiesta

유튜브에서 딱 13초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

※ 이 글은 Bite.works에 기고되었습니다.


2019년 11월 4일에 미리듣기가 공개된 이 노래는
3달이 지날 때까지 발매되지 못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각잡고 한 번 더 들어보았다. 총 13초 걸렸다. 그렇다. 이 노래는 작년에 아이즈원이 발매를 무기한 연기한 첫 정규 앨범 ‘Bloom IZ’의 타이틀곡이자, 현재는 이 세상에 단 13초만 존재하는 곡이다. 

첫 미니앨범 <BLOOM*IZ>의 타이틀곡이다.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 13초~26초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2019년 올해의 노래’로 뽑힐 자격이 충분하다. 작년 K팝 시장을 본 사람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2020년 1월 6일,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은 해체했다. 하지만 <프로듀스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은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구치소에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안모 PD와 김모 CP는 이 두 그룹의 멤버를 전부 조작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대국민오디션 사기극의 뿌리를 파낸 주체는 누구일까? <프로듀스X101>이 끝나자마자 의혹을 제기한 팬 연합이었다.

무려 공중파를 탄 한마디 '애미들 전부 프추눌러'

한 그룹의 해체, 그리고 한 그룹의 강행. 이는 정확히 소비자운동이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정확히 무엇에 대해 저항한 것일까? 2019년 한 해 동안 목격했던 K팝 시장의 윤리적 붕괴에 저항한 것이다. 그 화려한 면면은 다음과 같다: 버닝썬, 정준영 단톡방, 프로듀스 시리즈. 그리고 이어진 총 9명의 아이돌그룹 멤버 탈퇴.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부재를 아쉬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K팝 시장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윤리적인 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언제나 대중보다 느리게 윤리를 따라잡는다. 2019년은 어느새 자신들보다 아득히 앞서가 버린 대중을 따라잡느라 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해였다.



한 그룹의 해체, 한 그룹의 강행이 의미하는 것


그러나 소비자운동이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아이즈원이 해체하지 않았다는 게 증거다. 소비자가 아무리 윤리적 경영을 외친다 한들 공급자가 ‘사과’와 ‘적절한 보상’ 정도의 흐릿한 단어를 언급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에서 어떻게 더 행동할 수 있을지 망연해진다. 프듀 숙소 디오니소스 상 앞에서 촛불시위하기? 국민청원 올리기? 안모PD 재판 단체 방청?

컴백은 2월로 미뤄졌지만 어쨌든 발매됌

그러거나 말거나 팬들은 13초 하이라이트 메들리의 전곡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사실은 나도 좀 좋다. 그동안 아이즈원이 발표한 노래는 전반적으로 훅에서 힘이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노래에서는 고양적일 정도로 힘있게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선율은 멋지게 비장하고, 다소 슬프기도 하다. 아이즈원 특유의 힘차고 거침없는 소녀 같은 목소리도 정점에 달했다(13초만 들었지만… 오타쿠는 알 수 있다). 


이 노래가 좋은 노래고, 듣고 싶은 노래라는 사실이 짜증 난다. 사실 프로듀스 시리즈도 잘 만든 상품이었다. 이제 우리는 상품에 뭘 요구해야 하나. 일단 이 노래의 전곡이 발표될 때 춤 좀 춘 다음 고민해 보자. 마침 제목도 축제네…

작가의 이전글 <프로듀스101>이후, 아이돌은 어디로 가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