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꽃미남 록커 이야기(12):21세기 록커 특집

미모에 가려진 날것의 천재성, 00년대 프론트맨 연대기

by 동물의삽

우리는 때로 너무 눈부신 겉모습에 속아 그 이면의 치열함을 놓치곤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음악 신을 수놓았던 이른바 ‘꽃미남 록스타’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에겐 방에 붙여둔 포스터 속 환상이었고, 누군가에겐 질투 섞인 가십의 대상이었는데요.


정작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음악 그 자체로 느껴지는 생생한 예술적 본질이었습니다. 190cm에 육박하는 장신부터 아담한 체구의 미소년까지, 정교한 세공사부터 탁류 속의 반항아까지. 각기 다른 피지컬과 서사를 가진 프론트맨들을 통해, 미모라는 이름의 포장지를 벗겨낸 21세기 진짜 록의 얼굴을 마주해 보려 합니다.



https://youtu.be/cPdv5a2UM7o

출처: 뮤직디거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가 왜 그토록 지독한 '연습벌레'로 불리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덕분인지 그의 연주에는 흐트러짐 없는 치밀한 지성이 깔려 있거든요. 190cm에 달하는 당당한 풍채로 무대를 휘저으며 블루스 기타를 칠 때는 거친 야성이 느껴지지만, 통기타 한 줄을 튕기는 어쿠스틱 무대에서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섬세해지죠.


대중은 그를 화려한 연애사로 장식된 '꽃미남 록스타'로만 보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매일 자신을 갈고닦는 숫돌 앞에 서는, 성실한 예술가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그의 명곡 <Gravity>는 성공의 정점에 선 남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아주 솔직하게 고백하는 노래인데요. 나를 끌어들이는 세상의 유혹을 '중력'에 비유하며, 제발 내가 계속 빛 속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죠.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무게에 눌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까 봐 겁을 내는 모습은 참 인간적입니다.


결국 그는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길을 택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중력을 이겨낸 보석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https://youtu.be/TeddzBNuWls

출처: 워너뮤직 코리아

제라드 웨이는 록 신(Scene)에서도 보기 드문 만화가 출신의 아티스트로, 9.11 테러를 목격한 후 인생의 허무함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를 결성했는데요. 그는 뉴욕 시각예술학교(SVA)에서 만화를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음악에 시각적 서사를 입히는 독보적인 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성기 시절 그의 창백한 비주얼과 퇴폐적인 아우라는 정통 미남의 기준을 넘어선 강력한 포스를 뿜어냈으며,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된 만화 《엄브렐러 아카데미》로 아이즈너상을 수상하며 그 천재성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일명 ‘이모코어’라 불리며 동시대 청년들이 느꼈던 답답한 현실의 출구를 열어주는 해방구 역할을 했는데요. 비록 전성기 시절에도 목 상태에 따라 라이브의 기복이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팬들은 오히려 그 불완전하고 날것의 진심이 담긴 절규에 열광했습니다.


175cm라는 크지 않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압도하던 그의 카리스마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넘어 한 세대의 집단적인 울분과 슬픔을 대신 소리쳐주는 구원자의 모습이었죠. 세월이 흘러 미모는 변했을지언정, 그가 구축한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예술 세계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https://youtu.be/MLOzD3XYefo

출처: 뮤즈 팬카페 류시케 님

뮤즈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록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밴드 중 하나로, 3인조라는 최소한의 구성이 무색할 만큼 웅장하고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인데요. 이들의 진짜 위엄은 화려한 프론트맨의 존재감을 넘어, 멤버 개개인의 출중한 연주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철벽 같은 합’에 있습니다.


웬만한 대규모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정교한 연주는, 감성적인 호소를 넘어 압도적인 사운드의 질량으로 관객을 제압하며 매번 라이브 공연의 정수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특히 뮤즈가 유독 한국을 자주 찾았던 이유는, 그들의 탄탄한 연주에 화답할 줄 아는 한국 팬들의 특별한 사랑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베이스 리프까지 입으로 따라 하는 한국만의 독보적인 ‘떼창’ 문화는, 완벽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하며 무대 위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뜨렸죠.


준비된 연주자들이 뿜어내는 묵직한 에너지와 그 열정을 온몸으로 알아봐 준 한국 관객들의 진심이 만나, 뮤즈의 내한 공연은 늘 전설 같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TOypSnKFH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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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록스는 2000년대 초반, 매끈하게 가공된 팝 사운드에 질려 있던 대중음악계에 ‘날것’의 충격을 던지며 등장한 가장 센스 넘치는 밴드인데요. 특히 대표곡 <You Only Live Once>의 뮤직비디오에서 검은 구정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질식할 듯한 압박감 속에서도 무심하게 연주를 이어가던 모습은, 가식적인 세상을 향한 이들만의 독보적인 포스를 상징하는 센세이션이었습니다.


188cm의 압도적인 기럭지와 화려한 금수저 배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늘 자다 깨어난 듯 부스스한 행색으로 무대에 서는 리더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태도는, 겉치레보다는 본질적인 ‘쿨(Cool)’함에 집중하는 스트록스만의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데뷔곡 <Last Nite>에서 보여준 그 날것의 사운드는, 매끈한 음악들에 질려 있던 대중의 고막을 단번에 뚫어버린 통쾌한 반격이었죠.


이들의 음악 세계는 최근작 <At The Door>에 이르러 한층 더 깊고 서늘한 응시의 단계로 진입했는데. 과거의 거친 에너지를 덜어내고 미니멀한 선율 위에 얹어낸 담백한 고백은, 이제 중년이 된 쿨가이들이 세월이라는 거대한 문 앞에 서서 인생의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는 성숙한 거장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지독한 완벽주의와 연습으로 다져진 내공을 무심한 듯 힘 뺀 연주 속에 숨겨둔 이들의 방식은, 단순히 다 가진 스타의 화려함이 아닌 흙탕물 속에서도 자신만의 광채를 잃지 않는 진정한 아티스트의 품격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rV8NHsmVMPE

마룬 5의 데뷔 앨범 <Songs About Jane>은 단 한 곡도 버릴 것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미친 데뷔작’이었습니다. 애덤 리바인의 독보적인 미성과 밴드 특유의 펑키한 그루브가 만난 이 앨범은, 록의 야성과 팝의 세련미를 동시에 거머쥐며 전 세계 음악 신에 거대한 충격을 던졌죠.


당시 그들은 화려한 비주얼 이전에 오직 음악적 본질만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냈으며, 신인 밴드 같지 않은 세련된 선율은 오늘날까지도 명반의 정석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 애덤 리바인이 세간의 가십을 즐기는 ‘모델 킬러’로 각인되기 시작하면서, 밴드의 찬란한 음악적 성취는 서서히 그 화려한 소음 뒤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톱모델들과의 끊임없는 연애사와 개인적인 논란들이 쌓여갈수록 그의 천재적인 감각은 예술보다는 가십의 땔감으로 먼저 소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죠.


무대 위에서 뿜어내던 록커의 에너지가 매끈한 셀럽의 이미지에 가려진 현재의 모습은, 데뷔 시절 그들이 보여준 비릿하고도 강렬한 예술적 진심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깊은 씁쓸함을 남깁니다.




결국 세월이라는 중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작용합니다. 한때 시대를 호령했던 그들의 날카로운 턱선은 무뎌지고, 창백했던 피부 위에는 인생의 굴곡이 새겨지고 말았죠. 누군가는 거장이 되어 문(Door) 앞에 섰고, 누군가는 화려한 가십의 소음 속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그들의 이름을 소환하여 기록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 내뱉은 진심이 여전히 우리 고막에 박제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지성과 서사, 연주력과 센스, 그리고 가십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이 다섯 명의 이야기는 00년대 록 신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화려한 초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광채가 전부는 아닌데요. 미처 다 꺼내지 못한, 더 화려하고도 강렬한 보석들이 여전히 무대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깊고 진한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될 테니,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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