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같은 곰 김태형, 넘어진 거인을 일으켜 세울수 있을까?
전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베어스의 영욕의 40여년을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박철순의 눈물 섞인 역투부터 김태형의 포효까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가 목격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매 순간 자원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끝내 성적을 뽑아내야 하는 처절한 비즈니스 전쟁터였습니다.
오늘은 그 비즈니스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 제가 '여우 같은 곰'이라 부르는 김태형 감독에 대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또 앞날은 어떨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1995년의 김태형은 영리한 설계자였습니다. 주전 포수로서 김상진, 권명철 같은 강력한 투수진의 구위를 120% 이끌어내는 그의 리드는 예술에 가까웠죠.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 뒤를 받치던 ‘한 방’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소년 장사' 심정수의 파괴력과 대타로 나오기엔 너무도 든든했던 이도형의 묵직함. 김태형은 이때 이미 ‘이기는 팀의 구성’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할수 있었죠.
2001년의 우승은 또 다른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당시 김태형은 주전 자리를 홍성흔에게 내주었는데요. 홍성흔은 파이팅 넘치고 화려한 스타였지만, 수비의 정교함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김태형은 플레잉 코치로서 덕아웃의 중심을 잡으며 팀을 조율했는데요. 김동주의 잠실 장외홈런이 화룡점정을 찍던 그해, 그는 주전이 아니어도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관리자의 시야'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리오스라는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김성근 감독의 SK에 무너졌던 기억을 되새기며, 오히려 적진으로 들어가 그 지독한 디테일을 흡수했습니다. 베어스의 야생성에 그 '독기'가 이식된 순간, 김태형은 베어스를 80년대부터 10년대까지 모든 시대를 제패한 유일한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임 김경문 감독의 공로도 잊을 수 없는데요. 그는 화수분 야구의 기틀을 닦았지만, 늘 '준우승'이라는 문턱에서 멈춰 서야 했습니다. 김태형 감독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나는데, 그는 전임자가 가꿔놓은 훌륭한 인프라를 넘겨받아,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수를 던져 '우승'으로 매듭지었죠.
그의 부임 기간은 그야말로 기록의 향연이었습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기록 속에는 우승 3회와 준우승 4회라는 치열한 훈장이 새겨져 있죠. 매년 핵심 선수가 빠져나가는 자산 유출 속에서도 7년 내내 결승판을 지켰다는 것. 그것은 리더가 자원을 어떻게 쥐어짜고 최적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비즈니스 사례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힘든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2026 시즌에도 극적인 반등은 힘들어 보이는데요. 비즈니스를 할 ‘밑천’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략가가 아무리 천재적인 설계도를 그려도, 공장을 돌릴 원자재가 없고 트레이드 가치가 있는 자산조차 고갈된 상태인 거죠. 니퍼트 같은 상수도, 김동주 같은 해결사도 없는 롯데의 현장은 여우의 꾀가 통하기엔 너무도 척박합니다.
이제 베어스에는 '소년가장' 출신 김원형 감독이 부임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김태형 감독이 롯데라는 늪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어스 팬들은 믿고 싶어 합니다. 7년 연속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던 그 독종이, 3년 연속 실패할 리 없다는 것을 말이죠
여우 같은 곰 김태형.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 롯데의 낡은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82년부터 이 판을 지켜본 저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뜨거운 기대를 담아 그를 향하고 있습니다. 결국 프로는 비즈니스이고, 리더는 실적으로 말해야 하니까요.
*어느덧 프로는 비즈니스다 KBO 특집 마지막 시간이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다음주의 주인공이 조금 뜻밖일 가능성이 있지만, 꼭 감독이 아니더라도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지고 확실한 결과를 낸 인물을 선정했는데요. 다음주 토요일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